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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느 행위예술가의 "뜨거운 촛농" 퍼포먼스

keyword77 2006. 12. 11. 18:31
중국 어느 행위 예술가의 “뜨거운 촛농” 퍼포먼스

중국 어느 행위 예술가의 “뜨거운 촛농” 퍼포먼스


   이제 12월도 어느새 중순으로 들어서고, 한낮의 길이가 점점 짧게만 느껴집니다. 창가를 비추던 오후의 햇살이 점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하면, 북경에서도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화려한 조명들이 마치 한낮의 햇빛이 사라지길 기다렸다는 듯, 하나 둘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12월하면 많은 분들께서는 굳이 종교를 따지지 않더라도 낭만적인 분위기의 크리스마스를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네요. 아름다운 장식이 달린 크리스마스 트리와 신나는 캐럴 송,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서는 촛불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저녁식사...


   특히, 촛불은 추운 겨울을 배경으로 따뜻한 조명을 대비시켜 경건한 분위기마저 연출해내는 가장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게다가 과학기술의 발달로 전기(電氣)라는 문명의 이기(利器)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밝은 빛을 제공해주는 요즘에도 종교적인 혹은 의례적인 용도로 경건하고 신성한 장소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촛불은 단순히 “어둠을 밝힌다”는 의미를 넘어서 어쩌면 좀 더 복합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는 의미에서, 오늘은 “라주(蠟燭 - 촛불)”이라는 도구를 예술(?)로 승화시킨 중국 어느 젊은 행위 예술가의 뜨거운 퍼포먼스 현장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지난 11월말 북경에서 첫눈 아닌 첫눈이 내려 기온이 갑작스레 뚝 떨어진 어느 날, 우리 블로그 부부는 중국인 예술가 친구의 초청을 받고 798 예술구(藝術區) 내의 “스콩지앤(釋空間 - 이 갤러리 주인의 성이 바로 ‘釋’씨 랍니다)”이라는 갤러리에서 열린 그림 전시회에 참석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마침 그곳에서는 전시회 개막 행사를 겸한 조촐한 퍼포먼스 공연이 진행되어, 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후끈하게 달구어 주었지요.


   전시장 입구에서는 네모난 탁자 위에서 끊임없이 “중국 지도를 찢었다 붙였다” 하는 퍼포먼스가 연출되었고, 한편으로 어떤 행위 예술가들은 “온몸에 붕대를 감고 실내와 실외를 오고가는 행위”를 반복하기도 하였답니다. 이렇게 해서 몇몇 퍼포먼스가 막을 내리고, 그날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수 있는 조금은 충격적(?)이기까지 한 “뜨거운 촛농(蠟液)으로 얼굴을 뒤덮는” 퍼포먼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자~ 그럼, 추운 겨울의 한기마저도 녹여줄 뜨거운 “라예(蠟液 - 촛농)” 퍼포먼스 현장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퍼포먼스는 “칭하이투(靑海土 - 청해의 흙)”이라는 제목으로, 유화(油畵)를 주로 그리는 화가이자 행위 예술가인 “리우청루이(劉成瑞 - 80년 생으로, 중국 서북지역에 위치한 靑海省이 고향이라고 하네요)”라는 청년에 의해서 연출이 되었답니다.

   바로 그 젊은 행위 예술가가 지금 본격적인 퍼포먼스 공연에 앞서 촛불을 밝히며 공연 준비를 하고 있네요.

 

     잠시 후면, 이 행위 예술가는 두터운 겉옷을 벗어 던지게 됩니다.

 

   바로 이렇게 빨간 내복을 걸쳐 입고, 가슴 한가득 빨간 양초를 안고 나타났습니다.

   이 퍼포먼스는 빨간 내복, 빨간 양초 등 강렬한 붉은 색을 이용해 뜨거운 느낌을 시각적으로 전달해 주고 싶었나 봅니다.

 

   작고 왜소한 체격의 이 청년 예술가는 영하를 훨씬 밑도는 추운 날씨에 달랑 빨간 내복만을 걸쳐 입은 채 퍼포먼스를 시작하기에 앞서 주위의 관객들에게 빨간 양초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관객들에게 양초를 다 나누어 준 후, 행위 예술가는 머리맡의 커다란 거울 위에 불을 붙인 수십 개의 빨간 초를 세워두고, 하얀 천이 깔린 싸늘한 바닥에 누웠습니다.

 

   자신의 고향인 청해성(靑海省)에서 가져온 “흙”을 입에 잔뜩 뿌려 넣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까만 필름 통에 “靑海土(청해의 흙)”이 담겨 있네요.

   필름이 담겨 있어야 할 필름 통에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과 꿈이 배어있는 고향의 흙을 정성스레 담아 왔군요.

 

   빨간 양초를 받아든 주위의 관객들은 초에 불을 붙이고, 행위 예술가의 얼굴에 양초에서 방금 녹아내린 뜨거운 촛농을 떨어뜨립니다.

 

   뜨거운 촛농이 한두 방울 얼굴 위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추위로 인해 긴장을 한 탓인지 행위 예술가는 한입 가득 머금고 있던 흙을 화산이 폭발하듯 입 밖으로 뿜어내었습니다.

   원래는 흙을 입에 문 채 굳게 입을 다물고 코로만 숨을 쉬려고 했는데, 아마도 입과 연결된 기도가 막히면서 돌발적으로 일어난 상황 같습니다.

 

   자신의 고향인 청해성(靑海省)에서 가져온 흙이 얼굴에 뿜어지면서, 표정이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하네요.

 

   잠시 후, 일그러진 얼굴 위로 눈물, 콧물, 침까지 흘러나옵니다.

   행위 예술가의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지네요.

 

      활활 타오르는 촛불처럼, 퍼포먼스도 점점 무르익어 갑니다.

 

    어느새 주위로 몰려든 수십 명의 관객들이 돌탑을 쌓듯이 촛농을 한 방울 두 방울 행위 예술가의 입 위로 떨어뜨리자, 입 주위는 순식간에 마스크를 쓴 것처럼 단단히 밀봉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행위 예술가의 얼굴은 코만 남겨두고 온통 빨간 촛농으로 두껍게 뒤덮이게 되었습니다.

 

   뜨거운 촛농으로 뒤덮인 얼굴은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얼음장 같은 바닥 위에 놓인 몸은 부들부들 추위에 떨고 있었습니다. 보다 못한 어떤 관객은 자신의 고급 스카프를 예술가의 맨발에 덮어주기까지 했답니다.

 

   한편, 퍼포먼스 현장은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취재의 열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답니다.

 

   참고로, 이러한 퍼포먼스는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이 강한데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그 내용이 상당히 엽기적(?)일 수 있다는 점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중국 정부나 공식적인 언론 매체에서는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공연일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점차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의 행위 예술들이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그 강도를 더해가자, 정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아무튼, 이 날의 퍼포먼스는 주변의 친한 예술가 친구들과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다 방문하게 된 관람객들, 그리고 몇 몇 서구 언론 매체의 관심 속에서 나름대로 무사히(?) 공연을 마치게 되었답니다.

 

   마침내 사람들의 손에 들린 양초가 거의 다 타들어갈 즈음, 예술가는 얼굴에 두꺼운 촛농을 뒤집어쓰고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퍼포먼스의 끝을 알립니다.

 

   그리고 잠시 후, 추운 날씨 덕분에 금방 굳어진 촛농을 입에서 떼어내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그런데 이마와 머리카락에 붙은 촛농은 잘 떼어지질 않네요.

 

    이렇게 해서 중국 어느 젊은 행위 예술가의 또 한 편의 퍼포먼스가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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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젊은 행위 예술가는 위와 같은 퍼포먼스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사실, 예술에 문외한인 우리 블로그 부부는 이 퍼포먼스를 지켜보던 당시에도 “감상”은커녕 “관람”을 하기에도 벅찬 심정이었답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 블로그 부부와 함께 퍼포먼스를 지켜보았던 어느 관객은 관람 후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말했답니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행위예술 속에는 예술가의 사상과 가치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동기로 행위예술을 하던지 간에,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 사회에 대해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해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진지하게 예술로 표현한다.”

 

   이처럼 자신의 관람 소감을 진지한 태도로 피력한 관객이 있는가 하면, 어떤 관객들은 “너무 놀랍다”, “엽기적이다”, “충격적이다”, “아무래도 정신이 좀 이상한 것 같다”, “감동적이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기도 하였답니다.


   한편, 이 젊은 행위예술가의 어느 친구는 “아마도 이 친구는 자신의 고향에서 가져온 ‘흙’을 통해 대지(大地), 즉 땅에 대한 경외심을 나타내고자 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빨간 촛농은 신에 대한 일종의 ‘신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라며 나름대로 교과서적인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일전에 누군가가 말했던 “한 가지 행위 예술에 만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이처럼 행위 예술이야말로 “感悟無限, 解釋有限(깨달음에는 끝이 없지만, 해석에는 한계가 있다)”라는 의미를 가장 잘 전달해 주는 예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 여러분께서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