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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산업

keyword77 2006. 1. 2. 09:55
"나 위로 받을래"… 갈수록 다양한 안식법 찾는다
[조선일보 오해정 기자]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떤 궤적을 그리며 이동하고 있는가. 경제와 정치, 사회, 국제, 문화 등 각 분야의 모든 변화는 결국 인간의 삶의 변화로 귀결된다. 우리 일상(日常)의 밑바닥에는 도도한 해류가 흐르고 있다. 거기엔 분명히 트렌드가 있다. 조선일보는 한국트렌드연구소와 공동으로 2006년, 삶의 트렌드를 진단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위로받고 싶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인간관계의 급속한 변화, 치열한 경쟁, 숨가쁘게 달려가는 사회…, 몸도 마음도 지친 사람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방법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정신적 위로’도 있고, ‘물질적 위로’도 있다. 이 틈새를 파고드는 업체들은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위로산업’ 시대라고 할 만하다.



지난달 26일 늦은 밤 서울 대림동. 이유진(25)씨가 야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다. 대기업 인사부서에서 일하는 이씨는 일주일에 사나흘은 야근이다. 샤워를 한 이씨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그 남자의 팔베개’. 파란색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 남자가 팔베개를 해주는 모양의 베개다. 이 베개와 동침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 팔베개에 머리를 대고 몸통을 끌어안은 이씨는 핑크빛 하트무늬가 가득한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긴 듯한 포근한 느낌이 든다”며 “때로는 따뜻한 포옹이 열 마디 말보다 더 위로가 된다”고 했다.

‘도리도리’는 홍윤정(23)씨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인형이다. 이 인형은 소리에 반응한다. 한 번 끄덕이면 긍정, 두 번은 강한 긍정, 한 번 가로저으면 부정, 두번은 절대 부정이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까?” “나 오늘 괜찮아 보여?” 홍씨는 수시로 도리도리에게 묻는다. “사람한테 짜증을 내면 사이가 안 좋아질 수도 있잖아요. 누가 우울한 얘기 듣고 싶어하겠어요? 근데 얘는 제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들어줘요. 부담없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죠.”

마케팅부서 대리로 일하는 정혜선(30)씨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검은색 얼룩무늬 강아지가 방석 위에서 자는 모양의 ‘슬리핑 독(sleeping dog)’ 인형이 있다. “스트레스받을 때 보고있으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요. 사무실에 애완동물을 데려다 놓을 수는 없잖아요.” 정씨는 강아지의 먼지를 수시로 털어주고 쓰다듬어 준다.

인터파크 홍보팀 김태희(30)씨는 “슬리핑 독은 한달에 200개 정도 팔린다”고 말한다.

(오해정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haedoj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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