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에 화장실 푯말 붙인 역국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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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초창기 4개월 정도를 영국에서 혼자 보낸 남편은 영어를 전공한 나보다 영어 실력이 조금 떨어진데다 한국의 영어교육 환경에서 자주 접하던 헐리우드식 영어가 먹히지 않는 영국에서 ‘말귀’를 못 알아들어 고생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래는 철저히 영어가 어설펐던 남편의 경험이다.
영국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To let’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푯말이 달린 집이나 상가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남편은 처음에 ‘Toilet’(화장실)이라는 단어에 ‘I’가 실수, 혹은 고의로 빠진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이 단어 실수가 거리마다 보여서 당황했다고 한다. 결국 남편은 영국인들이 철자 잘못 적는 것을 멋으로 안다고 결론 내렸다.
알고 보니 ‘To let’은 Toilet의 오자가 아니라 ‘let’이 세놓다는 뜻의 영국식 영어인데, ‘To let’은 우리 식으로 하면 ‘세놓음’이라는 말이었다. 부동산 관계자들이 세를 놓겠다고 한 집주인과 협의가 되면 해당 건물에 이 ‘To let’ 문구와 부동산 연락처가 들어간 푯말을 꽂아둔다. 지나가는 행인 중 셋방이나 상가를 찾는 사람이 이 푯말을 보고 해당 부동산에 연락해 둘러보기를 요청하면 주인 합의 하에 부동산 관계자의 도움으로 건물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공공 건물 표지판이나 포스터에 낙서를 하거나 내용을 뒤바꿔 놓아 뒤늦게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경우가 없지 않았는데 영국에 오기 전 친정에서 멀지 않은 곳 강변 유원지에 누군가 ‘상행위 금지’라는 표지판의 ‘상’이라는 글자를 ‘성’으로 교묘하게 바꿔놓은 일이 발생해 그 일대를 발칵 뒤집어 놓다 못해 지역 신문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다.
‘To let’과 ‘Toilet’의 유사성은 남편인 외국인에게만 혼란을 주지 않는다. 영국에서도 이 두 문구로 장난을 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곳 영국에서 ‘상행위 금지’ 장난만큼의 괴력을 발휘할 만한 사건은 아직 발견하지 못해 못내 아쉽기는 한데, 그나마 최근 대학가 도서관 여자 화장실 입구에서 재미있는 장난을 발견했다. 여자 화장실이라는 뜻의 ‘Ladies toilet’이라 적힌 표지판의 ‘Toilet’에서 ‘I’자를 고의로 뜯어낸 비교적 애교스러운 장난이었다.
‘Ladies to l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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