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 대책
동아일보]
군(軍)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최전방 감시소초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고 병영 내 알몸 또는 가혹행위 사진이 잇따라 공개됐다. 장관에 대한 해임 결의안까지 발의됐다.
정부 부처와 기업이 이 같은 위기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 한국법과학연구소(www.kifos.com)의 위기대응센터로부터 들어봤다. 이 연구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근무한 연구원들이 독립해서 만든 민간 범죄과학 연구기관.
▽신속한 대응=
위기대응센터는 돌발 상황 초기에 ‘3·3·3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3시간 내’ 긴급 대책팀을 구성하고 ‘3일간’ 신속히 대응해야 하며 ‘3주간’ 지속적으로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군의 대응은 낙제점이다. 사건 발생 후 3시간 동안 상부기관에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군의 수사결과는 3일간 수시로 바뀌어 의혹을 키웠다.
▽정확한 판단=
3월 초 70대 노인이 서울 지하철 영등포역에서 모 백화점으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다 굴러 떨어지면서 숨졌다. 멈춰 있던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작동하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였다.
이 백화점은 책임을 영등포역으로 미뤘다가 망신을 당했다. 며칠 뒤 경찰 조사를 통해 백화점 직원이 에스컬레이터를 작동시킨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백화점 측은 뒤늦게 “직원이 열쇠를 복제해 갖고 있던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처음부터 책임자가 사과하고 유족에게 적절하게 보상했으면 쉽게 마무리될 수 있었지만 사고 발생에 책임이 있는 직원의 보고에 의존하다 위기를 키운 셈이다.
▽정보의 공유=
지난해 6월 경찰은 만두에 사용하는 자투리 무가 식용으로 이용될 수 없는 ‘쓰레기 수준의 무’라고 단정적으로 발표했다. 일부 언론은 ‘쓰레기 만두’라는 자극적 표현을 사용했다.
경찰과 언론이 신중하지 못했지만 당시 만두업계의 대응도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대표가 사라지고 종업원이 정확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바람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서울대 임현진(林玄鎭·사회학) 교수는 “현대사회의 위험은 더 이상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지 않다”며 “위기 대응능력을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