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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 - 와인.치즈.초콜릿

keyword77 2006. 2. 9. 13:31
[쿠키건강] ○…“시댁 식구들 보기가 민망해요. 겉으론 멀쩡한데 머리 하나 아프다고 자리에 누워 있어야 하니까요. 편두통이 제사 때나 명절 때 찾아오면 시댁 식구들이 혹시 꾀병이라 생각할까 봐 두렵기까지 하다니까요.”

42세의 김영숙 주부는 한 달에 두 세차례 찾아오는 어지럼증 때문에 고민이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신경성으로 생각하고 병원에 가지 않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두통이 계속해서 반복되자 병원진료를 받았다. 진찰결과 편두통으로 밝혀졌고 현재 운동요법과 수면개선요법 등을 병행하고 있다.

김씨외에도 여성에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생리 때문에 생긴 편두통으로 고생하는 젊은 여성도 있다. 삼성동의 K무역회사에 다니는 윤민지(26)씨는 “생리 때가 되면 늘 찾아오는 편두통, 이젠 지긋지긋해요. 편두통이 시작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커튼을 친 어두운 방에서 고통과 싸우는 일이에요. 생리 때가 되면 통증이 올까봐 겁도 나고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렇게 편두통은 쉽게 낫지 않고 반복적으로 오랫동안 나타나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귀찮은 질환이다. 그렇다고 ‘언젠가 낫겠지’ 하고 방치해두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이제부터 평소 편두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편두통의 원인과 정확한 증세, 편두통의 종류 및 치료법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편두통의 원인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편두통의 원인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고 다만 유력한 몇몇 대표적인 학설이 있을 뿐이다.

편두통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혈관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혈관성이론과 신경계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신경성 이론, 혈관과 신경의 상호작용을 관련시킨 이론으로 세로토닌 이론(Serotonergic theories)- 5-HT(serotonin)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이론. (5-HT 또는 serotonin이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강력한 혈관확장 작용을 보인다.) 그리고 이상의 요소 중 하나 이상이 관련된다고 보는 통합이론이 있다.

한편, 편두통의 유발인자(trigger factor)로 알려진 것들에는 음식(치즈, 쵸콜렛, 유제품, 견과류, 토마토, 깡통 제품, 커피, 붉은색 포도주, 알코올, 염분 등), 환경(번쩍이는 빛, 크고 반복적인 소리, 건조한 바람, 열, 기후의 변화, 살충제 같은 화학물질, 공기오염, 담배연기, 형광빛, 깜박이는 컴퓨터 모니터, 강한 향수, 페인트, 연기가 차 있는 방이나 환기가 안되는 방), 생리적인 인자(스트레스, 운동, 생리,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은 수면, 아스피린, 이뇨제, 나이트로 글리세린, 먹는 피임약, 저혈당) 등이 있다.

다음으로 편두통의 증상은 편두통이 단일한 형태의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마다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증상도 여러 양상으로 나타난다. 현재까지 일반적인 편두통의 증상은 4단계로 구분되며 대부분의 발작시에는 증상이 섞여서 나타난다.

제1단계: 전구 증상 The Prodrome

감각이 예민해지거나 둔해지는 느낌, 자극 과민성 또는 둔감성, 특정한 음식(특히 단 것)을 몹시 원하는 것, 하품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 언어장애 등의 증상이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정확하지 않아서 자발적으로 증상을 호소하기 어렵다.

제2단계: 전조 증상 The aura

가장 일반적으로 시각장애가 온다. 예를들어 섬광을 보거나(광시증 photopsia), 희미한 지그재그선을 본다. 손을 핀이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나 저림과 같은 감각증상과 실어증(언어장애)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이들 증상은 격심하게 나타나며 고통스럽다. 그러나 편두통 발작의 80%는 전조증상이 수반되지 않으며 전조증상이 없다고 해서 환자가 편두통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3단계: 두통 The Headache

편두통 증상중 가장 철저하게 환자를 탈진시키는 증상으로 두통이 있다. 대개 중증으로 평가되며 전형적으로 두부의 한쪽에만 치우쳐 나타나지만 편두통이 양측성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두통은 종종 오심과 구토 또는 photophobia 나 phonophobia를 수반하는데 보통 움직이면 두통이 악화되므로, 어두운 방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제4단계: 후구증상 The Postdrome

두통이 일단 가라앉으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길게는 24시간 후까지 몸살과 탈진 상태를 느낀다. 편두통의 중요한 특징은 발작성이라는 것으로 계속적으로 또는 매일 나타나는 두통과는 다르다. 그것은 약물 반동성 두통, 혼합형 두통/긴장성 두통이거나 측두 동맥염이나 두개골 내압 증가와 같은 다른 심각한 질환의 증상일 수 있다.

편두통은 남성보다는 여성들한테서 더 많이 나타난다. 앞의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편두통은 생리나 임신과 관계가 많다. 생리 기간에는 호르몬의 변화 및 신체적 변화에 따른 여러 가지 영향들 -수면 부족, 복통, 학업이나 집안 일로 인한 스트레스, 식사 거름-로 인해 두통이 생기기 쉽다. 기존에 편두통이 있는 경우에는 생리때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또 임신은 편두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임신 중 편두통이 최초로 발생할 수 있으며, 기존 편두통의 경우 약 75%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임신 초기에는 편두통이 악화될 수도 있지만, 난포호르몬이 점차 상승하는 주기 및 말기에는 대부분 호전된다. 그리고 출산 직후 난포호르몬치가 급격히 감소하여 편두통이 재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편두통의 발병율은 상당히 높은편이다. 성인 인구의 약 12%가 편두통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중 60% 이상은 한달에 1회 이하로 발작하며, 22%만이 3회 이상 발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편두통은 주로 젊은 성인층에서 잘 나타나는 질환으로 25세에서 34세 사이에 가장 빈번하게 나타난다. 그 이후에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65세 이상은 단9%만을 차지한다. 따라서, 환자의 90%는 두통을 처음 경험하는 때가 보통 40세 이전이다.

지금까지 편두통의 특징과 유병률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제 편두통을 치료하는 요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일반적인 편두통치료요법은 약물요법과 정신적요법, 수면습관 개선요법, 운동요법, 식이요법 등이 있다.

약물요법

일시적 방법 :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은 가벼운 두통에 임시방편으로 사용가능하나 부작용으로 위장장애나 위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위궤양 또는 다른 위장장애가 있는 환자에서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의사의 처방전에 의한 두통약 : 일반적인 두통약으로 조절이 잘 안되거나 복용하고 있는 두통약의 부작용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의사와 상담하여 자신에게 적절한 약물을 처방 받아 사용한다. umatriptan(IMIGRAN), Ergotamine, Dihydroergotamine(DHE), 마약성 진통제, 신경안정제 등

정신적 요법

근심, 걱정, 분노, 스트레스는 두통을 악화 시킬 수 있다. 안정, 대인관계 개선, 긍정적인 사고 등 스트레스를 줄이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면습관 개선

충분한 휴식이 중요하지만 너무 많이 잠을 자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뇌의 생리적 주기를 조절하고 안정시키는데 매우 중요하다. 잠이 부족한 경우에는 낮에 낮잠을 조금 자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운동요법

규칙적인 운동으로 인해 좀더 건강해지고 전신상태가 양호해지면 에너지가 증가하는 느낌, 행복감을 줄 수 있으며 자신의 믿음이 증가하게 된다. 테니스나 골프와 같은 경쟁적인 게임보다는 그냥 즐기는 플레이를 시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장 안전하고 간단한 운동방법은 상쾌하게 걷는 것인데, 걸을 때에는 신기 편한 조깅화를 착용하도록 한다.

식이요법

편두통 환자에서 먹는 음식이 편두통을 유발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타이라민이 포함된 치즈(cheese), 쵸콜렛(chocolate), 밀감(citrus), 커피, 알코올 중에 붉은색 포도주는 주의해야 하며 우유제품, 견과(호도, 밤, 개암 따위), 소금, 토마토, 코코넛 등도 편두통이 있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또한 음식물의 첨가물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카페인은 심장을 뛰게하고 혈압상승, 이완을 방해하는 작용을 가지고 있는데 때로는 카페인이 두통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카페인이 두통약의 효과를 증진시키는 작용이 있기 때문인데, 실제 치료약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카페인도 자주 마시면 그것에 의존하는 현상이생기고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편두통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상태가 양호하지 않으며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편두통 환자들은 당뇨병이나 협심증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에 비해 정상생활을 영위하거나 사회활동에 참여하는데 불편을 느끼고 있었으며, 훨씬 큰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편두통 환자의 40%가 우울증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정신건강상태가 나쁘다. 이러한 사실들은 편두통에 의해 환자가 겪는 고통이 과소평가되어 있으며, 실제 편두통이 다른 만성질환보다 환자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편두통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의사에게 제대로 설명하면 보다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다.

또한 그동안 편두통의 질병속성, 여성에서의 높은 유병율, 제한적인 치료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편두통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과소평가되었다. 하지만 편두통은 업무효율과 근로자의 업무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볼 때, 편두통 환자들은 병원을 잘 찾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편두통 의료비용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결근, 발작 중의 낮은 생산성 등으로 인한 간접비용의 손실에 끼치는 영향은 큰 편이라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비용 손실을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제휴사/메디컬투데이(www.mdtoday.co.kr) 최치선 기자 ‘moutos@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