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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묵은옷 정리하기

keyword77 2013. 5. 17. 13:32

 

[한겨레][esc]라이프


스토리스토어
'옷장정리 개인전 프로젝트'
안 입는 오랜 옷들
사연과 함께 올리면
고쳐서 팔아 수익금 기부
"수납보다 중요한 건 활용
내가 가진 옷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사람에게는 몇벌의 옷이 필요할까? 가네코 유키코가 쓴 책 <수납 다이어트>에서는 단호히 "남자라면 16벌, 여자는 37벌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정장 슈트는 물론 티셔츠와 실내복까지 합친 수다. 그러나 현실 속 우리들의 옷장은 전혀 다르다. 베리굿정리컨설팅이 한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여자는 평균 약 185벌을, 남자들은 125벌의 옷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옷은 물론 티셔츠다. 여자는 16벌, 남자는 10벌이 평균이다. 겉옷도 만만치 않다. 여자는 보통 코트 6벌, 패딩 점퍼 5벌은 가지고 있으며 남자는 코트와 트렌치코트를 합쳐서 4벌, 반코트는 3벌, 거기에 캐주얼한 점퍼는 4벌이란다. 가진 걸로만 따지자면 남자든 여자든 매일 겨울 겉옷을 바꿔 입어야 마땅하지만 실제론 많은 옷들이 옷장 속에서 여러 해를 잠자고 있는 셈이다.

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는 "정리 컨설팅을 하러 여러 집을 찾아가 보면 대부분 옷장 공간에 비해 옷이 너무 많다고 느낀다"며 "옷장 한 칸만 열어서 출근할 때 입을 옷을 바로 찾아낼 수 없다면 과감한 옷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영국의 한 백화점 조사를 보면 여자들은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 76분 중 16분을 옷을 고르는 데 쓴단다.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 옷장 정리에 나선 구희동, 주정희씨도 그랬다.

대학생 구희동(26)씨가 가진 옷은 남자 평균을 웃돈다. 티셔츠는 20벌 정도에 니트나 카디건은 8벌은 된다. 헤아려보니 봄가을 코트는 3벌, 겨울용 코트는 5벌이고, 여기에 재킷 5벌과 이른바 '야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야전상의 스타일의 점퍼 2벌이 더 붙는다. 여러벌의 조끼와 스카프로 겉옷과 다양하게 매치하기를 즐기는 구희동씨는 한눈에 보기에도 말쑥한 스타일리스트다. 패션 엠디를 지망하는 취업준비생으로 전보다 한결 옷차림에 신경 쓴 덕분이다. 한달 용돈 40만원 중 10만원은 미리 떼어내서 옷과 머리에 투자한단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비슷한 스타일의 옷이 자꾸 쌓인다는 것을 알았다. "가장 많은 옷은 기본적인 브이넥 스타일의 티셔츠예요. 안 입는 걸 알면서도 언젠가 입겠지 하고 자꾸 놔두게 되더라고요." 옷은 많지만, 구씨는 자신이 가진 옷을 모두 정확히 안다고 했다. 스카프 개수와 종류도 다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옷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있는 걸 아는데도 진짜 그래요." 올봄 구희동씨는 옷이 넘쳐 폭발 직전인 옷장을 구하기 위해 정리를 시작했다.

주부 주정희(35)씨도 마찬가지다. 주씨는 잘 버리는 여자다. "그래도 주부들의 옷은 개수로만 따질 수 없어요. 티셔츠나 레깅스가 아무리 쌓여 있어도 모임 나가려면 마땅한 옷이 없잖아요." 주씨는 계절이 바뀔 때쯤 쇼핑에 나선다. 비싼 옷을 사서 부담스럽게 가지고 있느니 값싸게 사서 한철만 입고 쉽게 버리자는 주의다. "저는 유행 따라 쉽게 사서 쉽게 버려요. 기억나는 옷도 없고 애착도 없는 편이에요." 주정희씨도 옷장을 뒤집었다.

두 사람이 옷장 정리를 시작한 것은 스토리스토어 사이트(storystore.or.kr)에서 하는 '옷장정리 개인전 프로젝트'에 출품하기 위해서다. 기부자들의 사연이 담긴 옷을 유행에 맞게 고쳐서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다시 기부하는 프로젝트다. 주정희씨는 두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새록새록 쪘던 살을 다시 뺐다. 자연 커서 못 입는 옷들이 생겼다. 주씨는 자신이 기부하는 미니스커트며 재킷 사진을 사이트에 올리고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구희동씨도 이제 자신에게 맞지 않는 트렌치코트며, 거기에 어울리는 티셔츠, 바지 등을 내놓았다. 티셔츠는 대학에 입학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처음 자신이 번 돈으로 산 옷이다. 학생이 사기에는 비싸 보였던 트렌치코트를 드디어 구입했을 때의 설렘도 있었다. 이렇게 옷을 떠나보내는 데는 올해 꼭 취업을 해서 학생 시절과 헤어지겠다는 각오도 있다. 기부한 옷은 한 상자지만, 큰맘 먹고 구입했을 때의 마음과 아껴 입은 이야기는 한 트럭 분량이다. 이인순 스토리스토어 대표는 "기부자는 잠자고 있던 옷장 속의 옷들을 꺼내 사진을 찍으면서 그 옷에 담긴 사연을 곁들인다. 구매자는 단순히 옷만이 아니라 추억을 되사는 셈"이라고 했다. 스토리스토어는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가뜩이나 입을 만한 옷이 없는데 절반으로 줄이면 어떻게 될까? 윤선현 대표는 "수납보다 중요한 것은 활용"이라며 "자신이 가진 옷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서로 어울리는 옷을 매치해 일주일치를 미리 맞춰 놓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달리 어울리는 옷이 없이 홀로 예쁜 옷을 두고 고민에 빠질 수도 있겠다. 구희동씨는 옷장정리 개인전에 망설이다가 아끼던 스카프도 내놨다. 맞지 않는 옷을 내놓고 나니 스카프가 홀로 남았기 때문이다. 스카프에 맞는 옷을 사는 것보다는 스카프를 포기하는 쪽을 택했다.

손상된 옷, 지난 1년간 입지 않은 옷, 크기가 맞지 않는 옷은 정리해고 일순위다. 아직 쓸만할 때 누군가 대신 입어줄 만한 옷은 정리해고 영순위다.

글 남은주 기자mifoco@hani.co.kr·사진제공 구희동·주정희씨

life tip
옷장 정리의 도우미들
▣ 옷장 정리 앱


블로거들 중엔 옷을 새로 사거나 옷장 정리를 할 때마다 자신이 가진 옷을 일일이 찍어서 올리는 이들이 있다. 자신이 가진 옷을 기억하고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다. 스마트폰 패션 애플리케이션 중 드림 클로젯(Dream Closet), 레몬크레이트 포토 업로더(LemonCrate Photo Uploader), 스타일리시 걸(Stylish girl) 등은 자신이 입은 옷을 찍어두면 어울리는 옷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들이다. 쇼핑을 나갔을 때 이런 옷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내일 무슨 옷을 입을지 정할 때도 도우미 노릇을 한다.

▣ 정리 전문가

옷장뿐만 아니라 온 집안에 주체할 수 없이 짐이 많다며 정리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용과 시간은 집의 정리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집 안을 모두 정리하려고 한다면 이사비용 가까운 시간과 돈이 들어갈 수도 있다. 정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체로 6개월 정도는 만족스럽게 지내지만 쌓아두거나 사들이는 버릇을 바로잡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 라벨

옷을 정리하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옷 수납함에 라벨을 붙이는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옷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버리거나 새로 사는 것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옷을 정리할 때 상자에 스웨터, 바지 등의 종류와 개수를 자세하게 쓴다. 중요한 것은 수납함 개수를 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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