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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월드워Z - 관객은 왜 좀비와 뱀파이어에 열광하나

keyword77 2013. 6. 26. 12:04

[티브이데일리 조현민의 호크아이]

 

 

브래드 피트 주연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월드워Z'가 같은 할리우드의 대형작 '맨 오브 스틸'은 물론 파죽지세의 한국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까지 제치고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4일 하루에만 19만 6781명을 동원하는 가운데 누적 관객 수 174만 3466명을 기록, 흥행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맥스 브룩스의 밀리언셀러 소설 '세계대전'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의문의 항공기 습격이 발생하고 미국 주요 도시가 초토화되는 것은 물론 각 국가별 입국이 전면 통제되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 존재들이 무차별적으로 도시를 공격해 전 세계는 최대 위기에 봉착한다. 그들은 전염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이다.

일을 그만두고 아내와 두 딸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전 UN 조사관 제리(브래드 피트)는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좀비들과 마주치지만 가까스로 위험한 상황을 벗어난다. 이 인류의 대재난에 맞설 최후의 적임자로 지목된 제리는 원인을 찾던 끝에 좀비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음을 간파하고 이를 역으로 공략해 인류를 위기에서 구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고비만 넘겼을 뿐이다.

 

 

기존 좀비영화와는 조금 다른 내용 전개와 흥행의 보증수표 브래드 피트가 제작 주연까지 맡은 '월드워Z'의 흥행은 기존 할리우드의 좀비영화 중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올릴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불사의 몸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진 대표적인 캐릭터는 좀비와 뱀파이어다. 이 둘은 공통점이 있는데 이들이 평범한 사람을 물면 그 사람이 좀비 혹은 뱀파이어로 변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작품마다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그들은 햇빛에 약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좀비를 주인공으로 한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블록버스터는 섹시스타 밀라 요보비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있다. 5편까지 출시된 이 작품은 좀비에 의해 초토화된 암울한 미래의 지구에서 살아남은 일부 인간들의 생존의 사투와 좀비를 만들어낸 한 거대 기업의 음모를 그려내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좀비영화의 고전은 이 방면의 전문가인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과 '시체들의 새벽'을 들 수 있다. 좀비영화나 B급 영화 마니아들의 필독 작품이다.

15세기 왈라키아 공국의 영주였던 블라드 체페슈에서 모티브를 얻은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가 다른 동종의 소설 등에 영향을 주면서 이후 연극과 영화로 분야를 넓힌 뱀파이어는 1931년(미국의 토드 브라우닝 감독, 벨라 루고시 주연), 1958년(영국의 테렌스 피셔 감독, 크리스토퍼 리 주연), 1967년(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각각 '드라큘라'가 영화화되면서 대중매체에서 크게 유행하게 됐다.

드라큘라는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다가 아내를 잃은 뒤 악귀가 된 드라큘라 백작의 구전동화에서 보듯 영화 속에서도 언제나 사악한 인물로만 그려졌으나 1992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는 처음으로 동정적으로 묘사됐다. 특히 이 영화에서 드라큘라 역을 맡은 개리 올드먼의 흡혈과 악행을 타당성 있게 긍정적으로 그려내는 가운데 드라큘라의 애틋한 사랑얘기를 강조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 후 뱀파이어 영화는 진화를 거듭했다. 웨슬리 스나입스를 주인공으로 한 '블레이드'는 3편까지 시리즈를 내는 가운데 뱀파이어와 인간의 혼혈인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뱀파이어의 고뇌까지 표현해냈다.

몸매가 뛰어난 여배우 케이트 베킨세일을 섹시한 뱀파이어로 등장시키며 4편까지 제작된 '언더월드' 역시도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대결구도 속에서 인간의 정체성까지 메시지에 담으며 색다른 액션의 재미를 준 바 있다.

절정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청춘 멜로액션물로 승화시킨 '트와일라잇' 시리즈다. 여기서 착한 뱀파이어들은 블레이드처럼 동물의 피를 취함으로써 인간의 피를 향한 욕망을 제어하는 가운데 인간의 친구가 되고 더 나아가 인간과 사랑까지 하는 내용으로 그려졌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수많은 시리즈와 새롭게 진화를 거듭하는 좀비와 뱀파이어를 등장시키는 영화들이 속속 제작되고 매번 관객들을 열광시킬까?

좀비와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슈퍼 히어로 영화와 몬스터 영화의 '짬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장르의 영화를 혼합해 관객들에게 공포 액션 등의 두 가지 재미를 동시에 주는 한편 생명의 영속성과 각 캐릭터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라는 철학까지 담음으로써 나름대로 깊이 있는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종합선물세트다.

웬만해선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은 슈퍼 히어로가 인간의 편이 아닌, 악의 편이란 설정이므로 관객들은 더욱 손에 땀을 흘린다. 게다가 그들은 귀신의 존재와 맞닿아있는 반인반귀의 존재이므로 공포감마저 준다.

사실 좀비와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영화는 하나같이 칙칙하고 어둡고 지저분하다. 피와 살이 튀는 것은 기본이고 좀비와 뱀파이어의 존재 자체가 음산하고 더럽기 그지없다. 이는 관객의 호러물에 대한 욕구를 충분하게 충족시켜 주는 요인이다.

특히 좀비는 구토를 유발할 정도로 그로테스크하다. 그리고 그들은 잔인하게도 인육을 먹는다. 하지만 입과 피부의 접촉은 묘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게다가 좀비에게 물린 사람은 좀비가 돼 영생불사의 몸이 된다. 사람들의 내면에 잠재한 불로장생에 대한 잠재적 욕구를 슬쩍슬쩍 건드리는 게 좀비영화다.

뱀파이어 영화와 에로티시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이 에로티시즘의 절정을 보여준 바 있다.

게다가 뱀파이어가 사람의 피를 빨기 위해 무는 부위는 목이다. 다분히 섹시코드를 염두에 둔 설정이다. 팔도 있고 다리도 있는데 왜 하필 목인가?

좀비영화의 열풍은 홍콩영화에까지 여파가 미쳤다. 1980년대 홍콩영화가 절정기를 이룰 당시 '귀타귀'같은 중국판 좀비인 강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는 것.

이렇게 좀비 영화와 뱀파이어 영화는 인간의 잠재된 성적 욕망과 영생에 대한 욕망을 교묘하게 터치한다. 게다가 관객들은 무섭다고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도 굳이 공포영화를 보려하는 아이러니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 역시 좀비나 뱀파이어 영화의 상업적 목적과 맞아떨어진다.

 

관객들이 '트랜스포머'의 강인한 외계 로봇이나 '엑스맨'의 무소불위의 돌연변이 악당이 나올수록 열광하는 것처럼 더욱 강해지고 진화된 좀비와 뱀파이어에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그럴수록 그런 영화에 열광하는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조현민의 호크아이 news@tvdaily.co.kr / 사진='월드워Z'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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