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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틸다 스윈튼 - 설국열차

keyword77 2013. 7. 31. 20:59

 

[인터뷰] 틸다 스윈튼 "'설국열차', 영화史에 한 획 긋는 작품"

출처 enews24 | 입력 2013.07.31 11:21 | 수정 2013.07.3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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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24 오미정 기자]

180cm의 큰 키, 정확한 억양의 영국식 영어, 영화에 대한 뜨꺼운 애정. 그리고 '설국열차'에서 보여준 놀라운 연기. 배우 틸다 스윈튼의 존재는 어디에서나 강렬했다.

'설국열차' 프리미어 행사를 위해 스코틀랜드에서 날아온 틸다 스윈튼은 봉준호와의 재회에 큰 기쁨을 표시했다. '이산가족상봉'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다. 공식 일정 이후에도 한국에 남아 봉준호 등과 시간을 보낸다. '거장' '모던 아티스트' '히치콕과 비견되는 연출가'. 틸다 스윈튼이 봉준호에 대해 보낸 찬사는 끝이 없었다.

 

 

"'설국열차'는 대작이다. 완벽한 걸작이다. 봉준호 감독은 한 장면 한 장면에 자신의 지장을 찍었다. 나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좋아하는데 봉준호는 히치콕과 비견된다. 거장이며, 모던 아티스트다. 그는 영화가 가진 터부를 모두 깼고, 틀에 박힌 것들을 없앴다. 그러면서도 완벽히 예술적이고, 정치적이다. 게다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췄다. '설국열차'는 영화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이다. 나는 이 영화가 봉 감독의 마스터피스일 것으로 믿는다."


틸다 스윈튼은 봉 감독 때문에 연기를 다시 시작했을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2011년 연기를 다시 하지 않으려고 마음 먹었던 시절 봉 감독을 칸에서 만났고, 봉 감독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재미있지 않으면 연기하지 않겠다"던 그가 봉 감독의 '설국열차'에 탑승했다. 괴팍하고 기괴한 열차의 총리 메이슨은 틸다 스윈튼과 봉 감독의 오랜 대화를 통해 탄생했다.

"나는 어떤 역할을 맡든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번에 맡은 메이슨이라는 인물의 가면이 워낙 도드라지게 때문에 눈에 띈다. 이런 엽기적인 가면을 쓰게 된 것은 모두 봉 감독 덕택이다. 봉 감독과 재미있게, 놀이를 하듯 연기를 했다. 나는 모든 연기를 할 때 가면을 쓰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묘하게 그 가면이 깔려 있고 이번 작품에서는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난 메이슨의 가면 뒤에 무엇이 있을까 긍금하다. 정치면에 나오는 지도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도자의 가면 뒤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엽기적이고 징그러운 지도자 캐릭터를 만들면, 다음날 뉴스에 더 엽기적인 실제 지도자가 등장한다. 나는 어떻게하면 더 괴물같으면서도 현대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틸다 스윈튼은 봉준호의 '사단'이 되는 것에 대해 "기꺼이 그렇게 되고 싶다"고 답했다. 이번에 일정을 연장해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시작을 보내는 것도 봉준호 감독 등을 만나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라고 했다. 또 그는 '설국열차'에 대해 "봉준호와의 우정이 시작되는 작품"이라고도 말했다. 함께 영화를 하게되든 안하게 되든, 봉준호 감독은 좋은 친구, 좋은 동료라는 것이다.

 

 

사실 틸다 스윈튼에게는
데릭 저먼이라는 동료가 있었다. 영국의 연출가 데릭 저먼은 1994년 사망했다. 틸다 스윈튼은 데릭 저먼의 뮤즈였다. 두 사람은 '대영제국의 몰락' '전쟁 레퀴엠' '가든' 등 많은 영화를 함께 했다. 데릭 저먼의 얘기가 나오자 틸다 스윈튼이 얼굴에 반가움이 번진다.

"그가 없었으면 나는 연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 원래 배우가 아닌 작가를 꿈꿨다. 지금도 글을 쓰고 싶다. 데릭 저먼에게 이끌려 연기에 입문했고 9년 동안 7편의 작품을 함께 했다. 그러면서 가족이 됐다. 그와 함께 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일뿐 아니라 영화 전체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조명과 의상, 세트 등 그 모든 것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숙력된 프로'가 됐다. 나는 그가 죽은 후 길을 잃었다. 그가 없으니 내가 연기자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더라. 데릭 저먼은 영화의 문화를 바꾸었고, 나 역시 그 덕분에 예술가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의 사후 연기를 하고 싶지 않었는데 다시 축복처럼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데릭 저먼에서 시작된 틸다 스윈튼의 놀라운 연기력는 31일 전야 관객을 만난다. 이제 50대가 된 베테랑 배우는 그 뜨거운 열정을 혹한의 열차에 담았다. "항상 마지막처럼 일한다"는 틸다 스윈튼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터다.

사진 = CJ E & M 제공

오미정 기자 omj0206@enews24.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