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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회화...화가 공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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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2. 22:47
회화엔 더 이상 새로운게 없다? 그의 혁신의 붓 질은 계속된다 본문
회화엔 더 이상 새로운게 없다? 그의 혁신의 붓 질은 계속된다
■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 화가 공성훈"아름다움에 취하는 것보다 진실을 보는 것이 중요하죠" 한국일보 황수현기자 입력 2013.09.12 21:47
한국 회화는 풍요 속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바깥에서는 여전히 미술계의 간판 장르로 인식되고 있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인기가 사그라든지 오래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게 이유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3'에서 회화 작품을 선보인 공성훈 작가가 수상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의외였다. '겨울여행'이라는 전시명 아래 푸르스름하고 수상한 자연을 그려낸 작가는, 그러나 회화의 고분고분한 계승자가 아니다. 철 지난 장르의 명맥 잇기에 집착하는 장인도 아니다. 그는 타고난 반동이다.
서울대 서양학과를 나온 작가가 학부 시절 집중했던 것은 설치 미술이다. 비교적 최신의 매체를 통해 그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예술에 대한 예술"을 시도했다. 자판기 안에 미술 작품을 넣어 판매하는가 하면, 캔버스에 잼을 발라 곰팡이를 피워 미술계의 열악한 작업 환경을 고발하기도 했다. 작품 자판기에 불 같이 화를 내는 교수를 향해 작가가 한 말은 "선생님은 작품 안 파세요?" 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와 더 멀어졌다"는 그가 물감을 주 소재로 택한 것은 90년대 말, 소위 'IMF 시절'이다. 벽제로 거주지를 옮긴 작가의 눈에 동네 보신탕 집에서 키우던 개들이 눈에 들어왔다. 쓸쓸하고 너절하게 밤 거리를 거니는 '그 놈들'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붓을 들었다. "회화는 직접 몸을 쓰는 매체잖아요. 회화를 통하는 게 개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회화가 죽었다'는 말이 미술계에 한창 돌 때였다. 어깃장 놓기 좋아하는 작가에겐 회화에 뛰어들기에 최적의 시기였던 셈이다. 예쁜 그림은 처음부터 배제했다. "거실을 장식하려면 대형 TV를 걸어 놓는 게 낫다"는 그는 이번엔 회화의 최대 장점인 '시각적 만족'에 딴죽을 걸었다.
대표작인 '담배 피우는 남자'는 슬쩍 봐서는 깎아지른 절벽을 장엄하게 묘사한 그림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광에 감동할 준비가 된 관객들은 곧 절벽 위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남자의 수상한 뒷모습을 발견한다. 동네 어귀에서 본 듯한 너무나 익숙한 포즈, 그리고 담배 한 개피. 대자연은 순식간에 초라한 일상으로 전락하고 작가는 관객에게 말한다. "중요한 건 아름다움에 취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보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김경운 학예연구사는 공성훈의 그림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해 더 큰 사실에 눈을 돌리게 하는 '소격 효과'를 갖는다고 말한다. 최신 매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각성의 기능을 회화로 구현한 작가는, 이로써 가장 오래된 장르인 회화가 동시대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작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3'에서 회화 작품을 선보인 공성훈 작가가 수상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의외였다. '겨울여행'이라는 전시명 아래 푸르스름하고 수상한 자연을 그려낸 작가는, 그러나 회화의 고분고분한 계승자가 아니다. 철 지난 장르의 명맥 잇기에 집착하는 장인도 아니다. 그는 타고난 반동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3' 수상자인 공성훈 작가가 벽에 기대 웃고 있다. 멋쩍은 미소와 달리 회화의 기존 문법을 벗어난 그의 그림은 "회화의 혁신에 도전했다"는 심사평을 들었다.
↑ 공성훈 작, 절벽(담배 피우는 남자). 181.8x227.3cm, 캔버스 위에 유화.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와 더 멀어졌다"는 그가 물감을 주 소재로 택한 것은 90년대 말, 소위 'IMF 시절'이다. 벽제로 거주지를 옮긴 작가의 눈에 동네 보신탕 집에서 키우던 개들이 눈에 들어왔다. 쓸쓸하고 너절하게 밤 거리를 거니는 '그 놈들'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붓을 들었다. "회화는 직접 몸을 쓰는 매체잖아요. 회화를 통하는 게 개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회화가 죽었다'는 말이 미술계에 한창 돌 때였다. 어깃장 놓기 좋아하는 작가에겐 회화에 뛰어들기에 최적의 시기였던 셈이다. 예쁜 그림은 처음부터 배제했다. "거실을 장식하려면 대형 TV를 걸어 놓는 게 낫다"는 그는 이번엔 회화의 최대 장점인 '시각적 만족'에 딴죽을 걸었다.
대표작인 '담배 피우는 남자'는 슬쩍 봐서는 깎아지른 절벽을 장엄하게 묘사한 그림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광에 감동할 준비가 된 관객들은 곧 절벽 위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남자의 수상한 뒷모습을 발견한다. 동네 어귀에서 본 듯한 너무나 익숙한 포즈, 그리고 담배 한 개피. 대자연은 순식간에 초라한 일상으로 전락하고 작가는 관객에게 말한다. "중요한 건 아름다움에 취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보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김경운 학예연구사는 공성훈의 그림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해 더 큰 사실에 눈을 돌리게 하는 '소격 효과'를 갖는다고 말한다. 최신 매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각성의 기능을 회화로 구현한 작가는, 이로써 가장 오래된 장르인 회화가 동시대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작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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