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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패션계- 코리안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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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5. 16:23
세계 패션계를 이끄는 코리안 파워
여성중앙 입력 2013.11.05 09:29세계 패션계를 이끄는 코리안 파워
싱가포르의 지미추, 일본의 이세이 미야케, 중국의 안나수이 등 패션의 본고장인 유럽과 영미권에서 활약하며 전 세계 패션계에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아시아 출신 디자이너들은 더러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인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지를 누비며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패션 인재들이 곧 비상을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1, 2
지난 2014 F/W 런던 패션위크 중. 디자이너 이정선이 백스테이지에서 모델, 스태프들과 의상을 점검하고 있다.
3
J.JS.LEE의 2014 F/W 화보. 미니멀리즘과 핑크 컬러가 눈에 띈다.
4, 5
J.JS.LEE 런웨이 사진이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와 인디펜던트지의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6
이정선씨가 작업한 디자인 스케치.
영국 패션계가 먼저 알아본 뉴 제너레이션 디자이너 이정선(J.JS.LEE 디자이너)
영국패션협회는 1년에 두 번 컬렉션에 나설 신진 디자이너를 선발해 지원한다. 뉴 제너레이션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한 시즌에 10명도 안 되는 적은 수를 뽑는다.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도 뉴제너레이션 출신 중 한 명. 지난 2010년 영광스런 자리에 이정선이라는 이름이 올랐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였다.
그녀는 충남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한국인 디자이너였다. 뉴 제너레이션에 선발되기 전부터 그녀는 현지 패션 종사자들 중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람으로 통했다.
2007년, 영국 해롯백화점에서 주최하는 해롯 어워드에서 당당히 수상한 뒤 전 백화점을 통해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현지의 각종 매체와 패션 종사자들이 그녀의 디자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디자이너 이정선은 한국 의류 브랜드에서 패턴사로 활동했던 경험 덕분에 단순하면서도 구조적인 패턴을 잘 뽑아낸다.
그런 그녀의 옷은 매우 섬세하고 정교한 테일러링이 돋보인다. 거기에 고급 소재를 사용하면서 세련되고 독특한 그녀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세계인들이 그녀의 옷을 주목하는 이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그녀는 한때 유명 브랜드에 입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결국 셀린느와 스텔라 매카트니에 최종 합격했지만 담당 교수가 적극적으로 말렸다고 한다.
"저만의 레이블을 만들고 개성을 이어가라고 하셨어요. 물론, 셀린느와 스텔라 매카트니, 질 샌더는 가장 대표적으로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브랜드이지만, 그들의 스타일에 한정짓지 말고 저만의 미니멀리즘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어요."
2010년에 J.JS.LEE를 론칭했고, 소재에 간결함을 더해 미니멀리즘의 완성을 보여줬다. 브랜드를 론칭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각종 매체와 바이어들로부터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힘입어 세계적인 편집 숍 도버 스트리트에 입점하게 됐고, 홍콩, 밀라노, 도쿄 등 각국으로 퍼져갔다. 국내에서는 서울 청담동 '무이무이'에 입점해 있다.
수입 브랜드만 취급해온 무이무이에서 한국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들인 건 J.JS.LEE를 향한 세계인들의 반응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 물론 중성적이면서도 묘하게 로맨틱한 디자인이야말로 그녀를 향한 관심의 가장 큰 이유인 건 분명하다.
영국 보그 에디터 세라 무어는 그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정선은 질 샌더의 뒤를 이을 최고의 미니멀리스트다."
1
이탈리아 구찌 본사에서 비주얼 머천다이저로 활약하고 있는 나경윤씨.
2
나경윤씨가 만든 최초의 작품. 다리만 있는 마네킹에 슈즈를 강조한 쇼윈도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3
쇼윈도를 통해 화이트 여백과 대나무로 아시아 감성을 잘 표현해냈던 '뱀부 컬렉션'.
4
컬러풀한 모카신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더욱 강렬한 배경 컬러를 활용하고 모카신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컨셉트의 쇼윈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5
무궁화와 나비를 모티브로 한 제품과 이를 모티브로 한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쇼윈도. 역시 그녀의 작품이다.
명품 브랜드의 쇼윈도를 책임지는 유일한 한국인 나경윤(이탈리아 구찌 본사 비주얼 머천다이저)
울산대학교에서 비주얼 디자인을 공부하고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이탈리아로 날아간 나경윤씨. 8년째 이탈리아 패션계에서 활동 중인 그녀는 현재 구찌 본사의 비주얼 머천다이저로 전 세계 구찌 매장의 쇼윈도 비주얼을 디자인하고 있다.
구찌에서 새로운 시즌 아이템이 발표될 때마다 가장 먼저 컬렉션에 적합한 이미지를 쇼윈도에 구현해내는 것. 그리고 쇼윈도 디자인이 확정되면 그것은 각국 매장의 규격에 맞게 실물 사이즈로 제작되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그녀가 디자인한 전 세계 구찌 매장의 쇼윈도를 통해 구체적인 컬렉션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대중에게 명품의 이미지를 선보이는 것이다. 나경윤씨는 밀라노에서 시각 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 최초의 체인 백화점이자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젊은 시절 VMD로 활약했던 '라 리나센테'의 VMD로 현지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이곳에서 그녀는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속옷 등 패션의 모든 분야에 걸쳐 비주얼 머천다이징의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쇼윈도 디자인, 트렌드 무드 작업 등을 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그리고 당시 함께 일했던 스테파니아 라체렌자가 미우미우를 거쳐 구찌의 비주얼 머천다이징 총 책임자로 이직하면서 그녀를 스카우트했고,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녀는 현재 이탈리아 구찌 본사에서 일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세 작품이 있어요. 하나는 지난 3월 서울 청담동 구찌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때 선보인 작품으로 한국적인 색깔을 담아 무궁화, 호랑이, 나비 등으로 표현했어요.
그것이 서울 한복판에 걸린다고 하니 꿈만 같았어요." 다음으로 뉴욕 매장에 종이와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쇼윈도도 잊을 수 없다. 대나무를 활용한 '뱀부 컬렉션'을 하얀 종이를 사용해 순수하고 청아한 이미지를 표현했던 것.
당시 뉴욕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매장에 들렀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디자인한 쇼윈도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있는 걸 보고 새삼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그녀의 첫 작품.
다리만 있는 마네킹에 빨간 슈즈를 신겨 포인트를 준 것이다. 특히 이것은 세계적인 디자인 DB 사이트에 소개되기도 해 그녀에겐 내내 자랑스러운 작품으로 남았다.
패션 디자이너가 개별 제품을 제작하고 선보이는 사람이라면, 비주얼 머천다이저인 그녀는 구찌의 시즌별 이미지와 분위기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대중에게 가장 먼저 전달하는 사람이다.
1
지니킴의 김효진 대표가 LA에서 올 F/W 화보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2
김효진 대표가 특히 좋아하는 화보집들.
3
미란다 커의 페르쉐 화보. 페르쉐는 얼마 전 김효진 대표가 론칭한 새로운 슈즈 브랜드다. 깜찍한 리본이 돋보인다.
4
지니킴의 F/W 신제품, 송치 재질의 플랫슈즈.
5
김효진의 슈즈 디자인 스케치.
미란다 커, 패리스 힐튼이 사랑한 지니킴 김효진(지니킴 디자이너 겸 대표)
지니킴 구두의 디자인 모티브는 '올드 할리우드 글래머'다. 1900년대 초반 할리우드 여자들이 즐겨 신었던 화려한 구두를 콘셉트로 하여 2006년 국내에 론칭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 사는 지니킴의 디자이너 김효진씨의 지인이 지니킴 구두를 즐겨 신었는데 그것을 본 현지 친구들이 한국에 주문 전화를 해왔다.
지니킴 구두를 받고 기뻐하는 그들을 보며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엿본 김효진은 '디자인 콘셉트가 할리우드이니, 그곳에서 내 구두를 소개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미국 진출을 결심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가 처음 찾아간 곳은 LA 미드시티 웨스트 3번가에 있는 편집 숍 '밀크'다.
미샤 바튼, 커스틴 던스트 등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의 단골 숍으로 유명한 곳. 그녀는 무작정 찾아가 한국에서 온 구두 디자이너라고 자기소개를 한 뒤 새틴 플랫 슈즈를 내밀었고, 신발 여덟 켤레를 들여놓았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 차츰 수량을 늘려갔다. 그렇게 밀크를 통해 미국에서 구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편집 숍 디아볼리나에도 입점하게 됐다.
뒤 이어 노드스트롬 백화점에까지. 미국에서 지니킴 구두가 반응을 얻기 시작하자 신기한 일들이 일어났다. 린지 로한, 패리스 힐튼 등 당대 스타들이 지니킴의 구두를 신고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파파라치에게 찍힌 것.
이후 『피플』 『엘르』 『마샤스튜어트 웨딩』 등의 잡지에서 지니킴의 구두를 자주 볼 수 있었고, 미국 『엘르』 에디터 수전 크레넬은 디자이너 김효진을 이렇게 소개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디자이너 지니킴의 고향은 캘리포니아와는 멀지만, 그녀의 디자인은 할리우드 스타일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지니킴의 구두를 사랑했지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객은 바로 미란다 커다. "제가 만든 앵클부츠에 미니 드레스를 입은 미란다 커가 레드카펫에 나타났던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파격적이었죠. 그녀의 패션 감각에 다시 한 번 놀랐어요."
현지 기자와 편집숍 바이어들은 지니킴이 좋은 이유로 '유니크함'을 꼽는다. 아무래도 한국적인 감성이 더해진 할리우드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새로움이었을 터.
"특히 현지 사람들은 '뷰티풀'보다 '큐트'하다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니킴의 리본 디테일이나 팝 컬러 등이 더 와 닿을 수 있었던 거고요."
그녀는 최근 LA에서 지니킴과 새로 론칭한 브랜드 페르쉐의 F/W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이어 현지 모델, 디자이너, 브랜드 담당자들과 만나 내년에 진행할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미국에서 가장 큰 슈즈 박람회를 찾아 트렌드도 살펴보고 바이어들과의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1
다비데초이의 최경미 디자이너. 지난여름 파리에서 열렸던 '후즈 넥스트' 부스 안에서.
2, 3
독특한 디자인을 가졌지만 착용했을 때 편안한 주얼리를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 최경미가 추구하는 바다. 그녀가 한창 디자인 작업 중이다.
4
바닥 위에서 탱고를 추는 두 댄서의 모습을 그려낸 탱고 컬렉션. 5_원석과 구조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탱고 컬렉션 작품.
이탈리아 감성의 주얼리 디자이너 최경미(다비데초이 디자이너)
디자이너 최경미는 로마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하고 이탈리아 왕실 보석 스튜디오 조지아 카폴레이에서 1년여간 하이엔드 주얼리를 만들어왔다.
이곳은 세계 각국의 VVIP, 즉 각국 대통령 영부인, 정계 인사, 로열층 등 소수만이 이용할 수 있는 주얼리 공방이다. 이곳에서 상위 계층의 테이스트를 익힌 그녀는 다시 새로운 주얼리에 목말라 밀라노에 있는 도무스 아카데미로 떠났다.
"로마와 밀라노는 아주 달랐어요. 로마는 화려하며 여성스럽고, 매우 감성적이죠. 반면 밀라노는 심플하고 모던한 멋이 극에 달했어요. 다비데초이의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도 밀라노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죠."
다비데초이(청담동 111-3 1층)의 첫 번째 컬렉션이자 가장 대표적인 라인은 '탱코 컬렉션'이다. 탱고 영상을 통해 본 비주얼과 직접 탱고를 추면서 느꼈던 감정을 응축해낸 것. 자세히 보면 남녀가 마주 보고 탱고를 추는 구조다.
"영화 '블랙스완'을 보고 영감을 얻기도 했어요. 하얀 백조의 우아함과 청순함, 여기에 대비되어 미치는 지경에 이르는 검은 백조의 날카로움 등을 원석이 가진 흑백 컬러의 대비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흥미로운 스토리를 기반으로 탄생한 다비데초이는 론칭한 지 2년 만에 각국의 패션 종사자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주얼리 브랜드가 되었다.
그녀가 주얼리를 처음 시작한 이탈리아는 물론 프랑스, 일본, 러시아, 영국 등 각국 각지에서 다비데초이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7월 파리에서 열린 디자이너 전람회인 '후즈 넥스트'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디자이너와 바이어들에게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유럽 각지의 디자이너들의 작품 사이에서도 다비데초이의 디자인은 확실히 참신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디자이너와 바이어들이 저희 부스를 찾아왔어요. 그중 이탈리아 주얼리 디자이너는 제 작품을 보며 '이탈리아의 구스토가 살아 있다'고 하면서 고유의 스피릿을 가졌다고 칭찬하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국내 갤러리에서 다비데초이를 본 일본 관람객이 그의 작품에 반해 바이어를 자처했고, 이탈리아 『보그』의 스타일리스트 엘리사 자칸티의 요청을 받고 함께 화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일찍이 영국, 미국 등 각종 온라인 패션 사이트에 입점했으며, 홍콩과 프랑스에서도 다비데초이의 진출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잇따른 요청에 제작 일정을 맞추기에도 벅찰 정도라고.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또 한 번 세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국내 디자이너 이석태와 함께 뉴욕 콘셉트 코리아 쇼에 선보일 작품을 제작하게 된 것. 이번엔 뉴욕의 패션 피플에게 어떤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줄지, 다비데초이의 또 다른 활약이 기대된다.
기획_조한별 사진_김황직(studio il)
여성중앙 2013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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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지미추, 일본의 이세이 미야케, 중국의 안나수이 등 패션의 본고장인 유럽과 영미권에서 활약하며 전 세계 패션계에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아시아 출신 디자이너들은 더러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인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지를 누비며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패션 인재들이 곧 비상을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2014 F/W 런던 패션위크 중. 디자이너 이정선이 백스테이지에서 모델, 스태프들과 의상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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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S.LEE의 2014 F/W 화보. 미니멀리즘과 핑크 컬러가 눈에 띈다.
4, 5
J.JS.LEE 런웨이 사진이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와 인디펜던트지의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6
이정선씨가 작업한 디자인 스케치.
영국 패션계가 먼저 알아본 뉴 제너레이션 디자이너 이정선(J.JS.LEE 디자이너)
영국패션협회는 1년에 두 번 컬렉션에 나설 신진 디자이너를 선발해 지원한다. 뉴 제너레이션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한 시즌에 10명도 안 되는 적은 수를 뽑는다.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도 뉴제너레이션 출신 중 한 명. 지난 2010년 영광스런 자리에 이정선이라는 이름이 올랐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였다.
그녀는 충남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한국인 디자이너였다. 뉴 제너레이션에 선발되기 전부터 그녀는 현지 패션 종사자들 중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람으로 통했다.
2007년, 영국 해롯백화점에서 주최하는 해롯 어워드에서 당당히 수상한 뒤 전 백화점을 통해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현지의 각종 매체와 패션 종사자들이 그녀의 디자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디자이너 이정선은 한국 의류 브랜드에서 패턴사로 활동했던 경험 덕분에 단순하면서도 구조적인 패턴을 잘 뽑아낸다.
그런 그녀의 옷은 매우 섬세하고 정교한 테일러링이 돋보인다. 거기에 고급 소재를 사용하면서 세련되고 독특한 그녀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세계인들이 그녀의 옷을 주목하는 이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그녀는 한때 유명 브랜드에 입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결국 셀린느와 스텔라 매카트니에 최종 합격했지만 담당 교수가 적극적으로 말렸다고 한다.
"저만의 레이블을 만들고 개성을 이어가라고 하셨어요. 물론, 셀린느와 스텔라 매카트니, 질 샌더는 가장 대표적으로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브랜드이지만, 그들의 스타일에 한정짓지 말고 저만의 미니멀리즘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어요."
2010년에 J.JS.LEE를 론칭했고, 소재에 간결함을 더해 미니멀리즘의 완성을 보여줬다. 브랜드를 론칭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각종 매체와 바이어들로부터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힘입어 세계적인 편집 숍 도버 스트리트에 입점하게 됐고, 홍콩, 밀라노, 도쿄 등 각국으로 퍼져갔다. 국내에서는 서울 청담동 '무이무이'에 입점해 있다.
수입 브랜드만 취급해온 무이무이에서 한국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들인 건 J.JS.LEE를 향한 세계인들의 반응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 물론 중성적이면서도 묘하게 로맨틱한 디자인이야말로 그녀를 향한 관심의 가장 큰 이유인 건 분명하다.
영국 보그 에디터 세라 무어는 그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정선은 질 샌더의 뒤를 이을 최고의 미니멀리스트다."
이탈리아 구찌 본사에서 비주얼 머천다이저로 활약하고 있는 나경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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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윤씨가 만든 최초의 작품. 다리만 있는 마네킹에 슈즈를 강조한 쇼윈도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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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윈도를 통해 화이트 여백과 대나무로 아시아 감성을 잘 표현해냈던 '뱀부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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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한 모카신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더욱 강렬한 배경 컬러를 활용하고 모카신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컨셉트의 쇼윈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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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와 나비를 모티브로 한 제품과 이를 모티브로 한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쇼윈도. 역시 그녀의 작품이다.
명품 브랜드의 쇼윈도를 책임지는 유일한 한국인 나경윤(이탈리아 구찌 본사 비주얼 머천다이저)
울산대학교에서 비주얼 디자인을 공부하고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이탈리아로 날아간 나경윤씨. 8년째 이탈리아 패션계에서 활동 중인 그녀는 현재 구찌 본사의 비주얼 머천다이저로 전 세계 구찌 매장의 쇼윈도 비주얼을 디자인하고 있다.
구찌에서 새로운 시즌 아이템이 발표될 때마다 가장 먼저 컬렉션에 적합한 이미지를 쇼윈도에 구현해내는 것. 그리고 쇼윈도 디자인이 확정되면 그것은 각국 매장의 규격에 맞게 실물 사이즈로 제작되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그녀가 디자인한 전 세계 구찌 매장의 쇼윈도를 통해 구체적인 컬렉션의 이미지를 창조하고, 대중에게 명품의 이미지를 선보이는 것이다. 나경윤씨는 밀라노에서 시각 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 최초의 체인 백화점이자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젊은 시절 VMD로 활약했던 '라 리나센테'의 VMD로 현지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이곳에서 그녀는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속옷 등 패션의 모든 분야에 걸쳐 비주얼 머천다이징의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쇼윈도 디자인, 트렌드 무드 작업 등을 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그리고 당시 함께 일했던 스테파니아 라체렌자가 미우미우를 거쳐 구찌의 비주얼 머천다이징 총 책임자로 이직하면서 그녀를 스카우트했고,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녀는 현재 이탈리아 구찌 본사에서 일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세 작품이 있어요. 하나는 지난 3월 서울 청담동 구찌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때 선보인 작품으로 한국적인 색깔을 담아 무궁화, 호랑이, 나비 등으로 표현했어요.
그것이 서울 한복판에 걸린다고 하니 꿈만 같았어요." 다음으로 뉴욕 매장에 종이와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쇼윈도도 잊을 수 없다. 대나무를 활용한 '뱀부 컬렉션'을 하얀 종이를 사용해 순수하고 청아한 이미지를 표현했던 것.
당시 뉴욕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매장에 들렀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디자인한 쇼윈도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있는 걸 보고 새삼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그녀의 첫 작품.
다리만 있는 마네킹에 빨간 슈즈를 신겨 포인트를 준 것이다. 특히 이것은 세계적인 디자인 DB 사이트에 소개되기도 해 그녀에겐 내내 자랑스러운 작품으로 남았다.
패션 디자이너가 개별 제품을 제작하고 선보이는 사람이라면, 비주얼 머천다이저인 그녀는 구찌의 시즌별 이미지와 분위기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대중에게 가장 먼저 전달하는 사람이다.
지니킴의 김효진 대표가 LA에서 올 F/W 화보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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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대표가 특히 좋아하는 화보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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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 커의 페르쉐 화보. 페르쉐는 얼마 전 김효진 대표가 론칭한 새로운 슈즈 브랜드다. 깜찍한 리본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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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킴의 F/W 신제품, 송치 재질의 플랫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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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의 슈즈 디자인 스케치.
미란다 커, 패리스 힐튼이 사랑한 지니킴 김효진(지니킴 디자이너 겸 대표)
지니킴 구두의 디자인 모티브는 '올드 할리우드 글래머'다. 1900년대 초반 할리우드 여자들이 즐겨 신었던 화려한 구두를 콘셉트로 하여 2006년 국내에 론칭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 사는 지니킴의 디자이너 김효진씨의 지인이 지니킴 구두를 즐겨 신었는데 그것을 본 현지 친구들이 한국에 주문 전화를 해왔다.
지니킴 구두를 받고 기뻐하는 그들을 보며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엿본 김효진은 '디자인 콘셉트가 할리우드이니, 그곳에서 내 구두를 소개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미국 진출을 결심했다. 그러고 나서 그녀가 처음 찾아간 곳은 LA 미드시티 웨스트 3번가에 있는 편집 숍 '밀크'다.
미샤 바튼, 커스틴 던스트 등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의 단골 숍으로 유명한 곳. 그녀는 무작정 찾아가 한국에서 온 구두 디자이너라고 자기소개를 한 뒤 새틴 플랫 슈즈를 내밀었고, 신발 여덟 켤레를 들여놓았다.
다행히 반응이 좋아 차츰 수량을 늘려갔다. 그렇게 밀크를 통해 미국에서 구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편집 숍 디아볼리나에도 입점하게 됐다.
뒤 이어 노드스트롬 백화점에까지. 미국에서 지니킴 구두가 반응을 얻기 시작하자 신기한 일들이 일어났다. 린지 로한, 패리스 힐튼 등 당대 스타들이 지니킴의 구두를 신고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파파라치에게 찍힌 것.
이후 『피플』 『엘르』 『마샤스튜어트 웨딩』 등의 잡지에서 지니킴의 구두를 자주 볼 수 있었고, 미국 『엘르』 에디터 수전 크레넬은 디자이너 김효진을 이렇게 소개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디자이너 지니킴의 고향은 캘리포니아와는 멀지만, 그녀의 디자인은 할리우드 스타일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지니킴의 구두를 사랑했지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객은 바로 미란다 커다. "제가 만든 앵클부츠에 미니 드레스를 입은 미란다 커가 레드카펫에 나타났던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파격적이었죠. 그녀의 패션 감각에 다시 한 번 놀랐어요."
현지 기자와 편집숍 바이어들은 지니킴이 좋은 이유로 '유니크함'을 꼽는다. 아무래도 한국적인 감성이 더해진 할리우드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새로움이었을 터.
"특히 현지 사람들은 '뷰티풀'보다 '큐트'하다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니킴의 리본 디테일이나 팝 컬러 등이 더 와 닿을 수 있었던 거고요."
그녀는 최근 LA에서 지니킴과 새로 론칭한 브랜드 페르쉐의 F/W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이어 현지 모델, 디자이너, 브랜드 담당자들과 만나 내년에 진행할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미국에서 가장 큰 슈즈 박람회를 찾아 트렌드도 살펴보고 바이어들과의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다비데초이의 최경미 디자이너. 지난여름 파리에서 열렸던 '후즈 넥스트' 부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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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디자인을 가졌지만 착용했을 때 편안한 주얼리를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 최경미가 추구하는 바다. 그녀가 한창 디자인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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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위에서 탱고를 추는 두 댄서의 모습을 그려낸 탱고 컬렉션. 5_원석과 구조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탱고 컬렉션 작품.
이탈리아 감성의 주얼리 디자이너 최경미(다비데초이 디자이너)
디자이너 최경미는 로마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하고 이탈리아 왕실 보석 스튜디오 조지아 카폴레이에서 1년여간 하이엔드 주얼리를 만들어왔다.
이곳은 세계 각국의 VVIP, 즉 각국 대통령 영부인, 정계 인사, 로열층 등 소수만이 이용할 수 있는 주얼리 공방이다. 이곳에서 상위 계층의 테이스트를 익힌 그녀는 다시 새로운 주얼리에 목말라 밀라노에 있는 도무스 아카데미로 떠났다.
"로마와 밀라노는 아주 달랐어요. 로마는 화려하며 여성스럽고, 매우 감성적이죠. 반면 밀라노는 심플하고 모던한 멋이 극에 달했어요. 다비데초이의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도 밀라노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죠."
다비데초이(청담동 111-3 1층)의 첫 번째 컬렉션이자 가장 대표적인 라인은 '탱코 컬렉션'이다. 탱고 영상을 통해 본 비주얼과 직접 탱고를 추면서 느꼈던 감정을 응축해낸 것. 자세히 보면 남녀가 마주 보고 탱고를 추는 구조다.
"영화 '블랙스완'을 보고 영감을 얻기도 했어요. 하얀 백조의 우아함과 청순함, 여기에 대비되어 미치는 지경에 이르는 검은 백조의 날카로움 등을 원석이 가진 흑백 컬러의 대비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흥미로운 스토리를 기반으로 탄생한 다비데초이는 론칭한 지 2년 만에 각국의 패션 종사자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주얼리 브랜드가 되었다.
그녀가 주얼리를 처음 시작한 이탈리아는 물론 프랑스, 일본, 러시아, 영국 등 각국 각지에서 다비데초이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7월 파리에서 열린 디자이너 전람회인 '후즈 넥스트'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디자이너와 바이어들에게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유럽 각지의 디자이너들의 작품 사이에서도 다비데초이의 디자인은 확실히 참신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디자이너와 바이어들이 저희 부스를 찾아왔어요. 그중 이탈리아 주얼리 디자이너는 제 작품을 보며 '이탈리아의 구스토가 살아 있다'고 하면서 고유의 스피릿을 가졌다고 칭찬하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국내 갤러리에서 다비데초이를 본 일본 관람객이 그의 작품에 반해 바이어를 자처했고, 이탈리아 『보그』의 스타일리스트 엘리사 자칸티의 요청을 받고 함께 화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일찍이 영국, 미국 등 각종 온라인 패션 사이트에 입점했으며, 홍콩과 프랑스에서도 다비데초이의 진출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잇따른 요청에 제작 일정을 맞추기에도 벅찰 정도라고.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또 한 번 세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국내 디자이너 이석태와 함께 뉴욕 콘셉트 코리아 쇼에 선보일 작품을 제작하게 된 것. 이번엔 뉴욕의 패션 피플에게 어떤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줄지, 다비데초이의 또 다른 활약이 기대된다.
기획_조한별 사진_김황직(studio il)
여성중앙 2013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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