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크리스토와 쟝 끌로드의 설치미술

keyword77 2005. 8. 6. 22:56

 

The Gates
Central Park, New York, 1979-2005

 

 

 

 

 

 

 

 

 

 

 

 

 

 

 

 


도시 속의 공원, 뉴욕의 중심 그리고 뉴욕커들과 뉴욕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뉴욕의 가장 큰 매력을 선사하는 센트럴 파크.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센트럴 파크는 자신만의 정원이자 산책로이기도 하다.


맨해튼 긴 섬 중앙에 자리 잡은 이 공원은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도시 속의 휴식처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지금 뉴욕에서는 이 센트럴 파크 전체가 오렌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대형 설치 작업이 전시되고 있다. 「The Gates」 라는 제목으로 부부 작가, 크리스토와 쟝 끌로드의 공동 작품이 그것이다.


센트럴 파크의 역사는 151년 전으로 돌아간다. 뉴욕시는 뉴욕 중심에 큰 땅을 사서 두 명의 조경 건축가들에게(Calvert Vaux & Fredrick Law Olmstead) 디자인을 맡겼고, 지금의 센트럴 파크는 인간의 치밀한 계획으로 만들어진 인공적 자연 공원이 되었다. 일정한 구획으로 나뉘어진 맨해튼 거리와는 다른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꾸불꾸불한 길을 만들어 나무들을 심고 돌들을 옮겨놓으면서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그 보도의 시작을 두 건축가들은 Gate라고 이름을 짓고 각 Gate에 철로 만든 문을 세우려 했던 것이 초기의 계획이었으나 실행되지는 못했다. 센트럴 파크의 초기 아이디어에 힘입어 크리스토와 쟝 끌로드는 공원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23마일의 보도에 7,500개의 오렌지색의 문들을 설치하게 되었다.



물론 이 대형 설치 작업은 시작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작업에 투자된 시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1976년에 시작된 이 작업은 뉴욕시의 허가를 받고 작품으로 실현되기까지 2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공원의 자연에 손상을 준다는 이유로 승인을 받지 못하였으나, 길가에 구멍을 뚫지 않고 문을 설치하는 방법을 제시한 후 지난 2003년에 뉴욕의 시장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에 의해 승인을 받았다.

 

 

이번 작품의 비용은 2,100만 달러로 여느 작품들과 같이 크리스토와 쟝 끌로드 부부가 작품 제작에 드는 전 비용을 전적으로 준비했고 자원 봉사자 없이 작품 설치에 고용된 모든 사람들에게도 일당이 주어졌다. 단 16일 동안에 진행된 이번 설치 작업으로 뉴욕시는 8,000만 달러 이상의 관광 수입을 올린 것으로 보도됐다.

 

 


많은 사람들은 크리스토와 쟝 끌로드의 작품을 싸는Wrapping 설치 작업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부부 작가의 대표적인 설치 작품으로는 1967~68년의 카셀 도큐멘타 4에서 5600 큐빅미터 패키지, 1967~68년에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퐁네프 다리를 천으로 싼 것, 그리고 1991년 일본의 한 계곡을 우산으로 덮었던 설치 작업 등을 들 수 있다.

 

 

1935년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크리스토는 세계 2차대전 중 체코 슬로바키아를 도망쳐 1958년 파리에 도착했다. 그의 철학은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에 입각한 유토피아니즘을 바탕으로, 예술은 항상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신조다. 이런 그의 신조가 말해주듯이 그동안 그의 작품들은 항상 공공장소 또는 자연 안에서 모든 이들에게 오픈되고 동시에 일시적으로 벌어지는 어떤 해프닝 같은 성격을 가졌다.

 

 


또 이들 부부의 작품세계의 특이한 점은 대형 설치를 구상함에 있어 재정적으로 외부의 도움을 절대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일정 기업이나 단체의 도움을 받을 경우 작가의 순수성이 침해를 받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센트럴 파크의 설치 작품에도 아무 스폰서 없이 진행됐다. 하물며 설치 기간 16일 동안 공원의 안보를 책임질 경찰관 인력까지 작가들이 부담을 했다.

 

 


요즘같이 개개인 아티스트는 물론, 많은 미술관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대기업의 이미지 관리를 내세우며 자금 조달을 지원 받는 성향과는 정반대되는 작가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에 드는 모든 비용은 크리스토가 직접 그린 수많은 드로잉, 판화, 비디오 등을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직접 판매한 수입으로 만들어졌다. 한 가까운 예로 아는 분이 크리스토의 드로잉 작품을 3만 달러에 구입했다고 하면서 갤러리를 통해 사지도 않고 작가한테 직접 구입한 작품 가격으로는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센트럴 파크 프로젝트를 돕는 것이기에 기꺼이 구입했다며 만족하는 것을 보았다.

 


다른 설치 작품들이 그랬듯이 이번 「The Gates」도 불가능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실현시키는 과정이 중요한 한 몫을 했다. 단순해 보이기만 한 하나의 게이트를 설치하기 위해서 많은 공학적 계산이 필요했다. 뉴욕시의 요청대로 센트럴 파크의 보도에 구멍을 뚫지 않고 중력에 의해 지탱되면서 바람에 펄럭이는 천에 의해 넘어지지 않으면서도 작가가 의도한 단순한 게이트의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 치밀한 계산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게이트의 몸체는 가벼운 PVC 합성수지를 ‘ㄷ’자 형태로 구부려서 힘을 받게 하고 바닥의 지지대에는 무게를 추가하기 위해 무쇠 판을 설치했다. 바람에 펄럭이는 천을 잡아주기 위한 철제 레일도 교묘하게 몸체 안에 숨겨져서 그 역할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사용된 테크놀러지를 절대 강조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많은 엔지니어들의 도움을 받아 계속적인 방법전환을 겪어 뉴욕시의 허가를 받기까지 이 부부 작가는 이러한 과정이 그들 작품의 중요한 한 부분임을 강조했다.

 

 

불가능하기만 했던 작가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기까지 겪어야하는 26년의 기나긴 여정은 전시 기간 16일의 짧은 일정을 무색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찌됐던 센트럴 파크를 둘러싼 7,500개의 문들과 그것을 감싸고 휘날리는 오렌지색 천들은 자연과 인간이 창조해낸 예술품의 아름다운 조화에 감탄케 한다.

 

 


항상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뉴욕이지만 2월은 그 중 가장 한가한 시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의 여파로 뉴욕은 무척 바쁜 2월을 보냈다. 센트럴 파크를 둘러싸고 있는 호텔들은 게이트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가득 찼고, 그 주변의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게이트의 오픈닝에 맞춘 파티 준비에 분주했다. 오픈닝의 하이라이트는 각각의 철재 문에 감겨져 있던 오렌지색 천들이 풀어지면서 자유롭게 바람에 날리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나무들이 옷을 입기 전인 2월, 센트럴 파크의 오렌지색 물결 「The Gates」는 많은 사람들을 흥분하게 했던 이벤트였다. 또한 작가의 의도로 이 작품 전체를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없었다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공원 전체가 평지여서 공원 안에서는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도 없을 뿐더러, 이번 작품은 길을 직접 걸으며 게이트 하나하나의 느낌을 전해 받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고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 설치 작품을 즐긴 것만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2,100만 달러의 큰 돈을 이렇게 쓸데없는 예술 작품을 위해 썼다며 비판하는 소리도 있다. 그것도 일시적인 작품으로 여러모로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건 단 16일 동안이지만 그 기간 동안 뉴욕을 찾고 공원을 거닐었던 이들에게는 오렌지색 문들이 반겨주는 센트럴 파크가 기억 속에 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평생에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기억, 그 기억이 두 작가에 의해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이번 「The Gates」에 관해 많은 질문과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크리스토는 명확하게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은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공간이며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눈 오는 날이나 공원을 걸으며 작품들과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작품을 말로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까….”

 

 

글 : 김희정 (칼럼니스트)

출처: 엠에스엔 물감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