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스크랩] 놀이방처럼 깜찍한 쾰른·본 공항-유럽의 공공디자인

keyword77 2006. 9. 21. 09:59

놀이방처럼 깜찍한 공항, 건초 더미로 만든 행사 표지판, 반도체 기판을 닮은 캠퍼스 주차장 …유쾌한 발상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는 루에디 바우어(Ruedi Baur) 특별전이 열린다. 대학로에 위치한 국민대 제로원디자인센터에서 유럽의 이색 공공디자인을 만나보자.

문화에 대한 엄숙주의를 넘어선 유쾌함은 루에디 바우어의 디자인에서 도드라지는 특징 중 하나다. 삭막한 공항을 놀이방처럼 깜찍하게 탈바꿈시킨 '쾰른·본 공항 비주얼 아이덴티티' 통합 작업, 어린이의 그림처럼 친근한 '스위스 2002엑스포' 픽토그램, 건초 더미와 흙주머니를 쌓아 생태성을 강조한 '분데스가르텐 뮌헨'의 사인물 역시 인상적이다. 
 

쾰른-본 공항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통합 작업 | 항공기 동체, 셔틀버스 등에 동일한 픽토그램을 적용해 이미지를 통합했다. 아기자기한 색채와 형태가 삭막한 공항의 인상을 부드럽게 만든다. 



쾰른-본 공항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통합 작업 | 단순한 기호가 그려지기 일쑤인 활주로마저 귀여운 비행기 그림이 그려져 있다. 비행기와 지상을 잇는 트랩에는 이동 중인 사람들의 그림자를 그려넣었다.

 

쾰른-본 공항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통합 작업 | 장난감처럼 단순화된 비행기 몸체가 유리벽에 시원스럽게 그려져 있어, 여느 공항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쾰른-본 공항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통합 작업 | 건물 유리벽에도 아이들이 크레용으로 그린 것처럼 단순한 구름과 햇님, 꽃밭 등이 그려져 유쾌하다.

 

쾰른-본 공항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통합 작업 | 공항에서 짐을 찾는 컨베이어벨트를 멀리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가방 아이콘을 사용했다.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의 모습은 점선으로 간략화했다.

쾰른-본 공항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통합 작업 | 그래픽 작업과 실제 응용 사례를 한 자리에 모았다. 간결하고 원색적인 디자인이 친근하다. 바우어는 비주얼 요소가 적절하게 통합되었다는 면에서 '쾰른-본 공항 프로젝트'를 자신의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로 손꼽는다. 

스위스 2002 엑스포 | 중국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픽토그램은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친근한 느낌으로 묘사되어 있다. 미아 보호소, 유실물 보관소, 경찰서 등 필요한 장소를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취리히 미디어캠퍼스 주차장 | 주차장 재개발 프로젝트의 일환. 반도체 기판 같은 사인 보드와, 주차장 바닥의 패턴을 일치감 있게 디자인했다. 

 

분데스가르텐 뮌헨 사인물 작업 |  건초 더미, 흙 주머니,  기타 자연 요소들을 사용해 자연스럽게 방향을 제시한다. 인간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사인물이다.

 

분데스가르텐 뮌헨 사인물 작업 |  건초 더미, 흙 주머니,  기타 자연 요소들을 사용해 자연스럽게 방향을 제시한다. 생태적 요소는 그래픽 시스템이 아니라 시설물에서 나온다. 일회성 행사가 끝나면 사인물을 만들었던 재료들은 흙으로 돌아간다.  

 

이질적인 요소를 접목시켜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는 바우어의 디자인은 건축, 예술, 사회학, 조경학 등 타 분야와의 협업으로 완성된다. 다양한 학제간의 교류로 창의적인 디자인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계 스위스 출신 디자이너로 다문화적 환경에서 성장한 그의 개인사와도 관계가 있다. 예컨대 파리국제대학기숙사 사인물 작업에서 바우어는 알파벳뿐 아니라 한자, 아랍어 낱자 등 다민족의 언어를 구성하는 낱자들을 뒤섞어 사용한다.

파리국제대학기숙사 사인물 작업 | 서로 다른 문화권의 학생들이 교류하는 공간의 특성을 살려, 알파벳 외에도 형상이 비슷한 각국의 고유 문자를 활용해 사인 보드에 표기했다.

 

파리국제대학기숙사 사인물 작업 | 파리국제대학 내부에 설치된 사인물의 실제 모습(위), 앞서 선보인 다문화권의 낱자를 활용해 파리국제대학의 영문표식을 만드는 과정 사진(아래 좌, 우). 자세히 보면 알파벳만을 사용한 것이 아님을 알 수있다.

 

파리국제대학기숙사 사인물 작업 | 완성된 모습(위), 낱자를 떼어내 바라본 모습(아래).

 

이러한 바우어의 대표작으로 파리 퐁피두센터의 비주얼 아이덴티티·사인물 프로젝트(1998~2001)가 있다. 그는 파리 재개발 사업의 일환인 이 프로젝트에서, 국제적 문화 교류의 장인 퐁피두센터의 성격을 담는 데 주목했다. 이를 위해 단순하고 평면적인 사인물 형식을 벗어나, 방향 지시와 층별 표시에 과감히 네온사인을 도입하거나 사인물에 3차원적 공간 개념을 부여했다.

 

 

퐁피두 센터 사인 체계 |  공간의 다문화성을 표현하는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했다. 네온사인 화살표, 벽에 붙지 않고 공중에 뜬 사인물이 이채롭다. 

 

퐁피두 센터 사인체계 |  사인물을 벽이 아닌 허공에 띄워 공간감을 강조했다.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10월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공공디자인·전시디자인에 주력해온 루에디 바우어의 대표작을 소개한다.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10가지 주제(언어·미장센·시간·대비·진화·생태성·움직임·사회성·맥락·빛)로 나눈 포트폴리오와 더불어, 다큐멘터리 필름이 상영된다. 그래픽 작품을 긴 천에 프린트해 접이식 의자처럼 만든 설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자신이 디자인한 공공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손수 펼쳐 보이는 루에디 바우어. 접고 펼치는 구조는 서로 상이한 두 요소를 접목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전시된 포트폴리오는 아코디언처럼 접고 펼치는 책을 닮아 이채롭다. 관람객은 긴 용지에 인쇄된 그래픽 작품을 책 보듯 한 장씩 넘기며 감상할 수 있다. 개막 하루 전인 9월 14일 전시장을 찾은 루에디 바우어는 “이처럼 접고 펼치는 형식으로 디스플레이된 전시물은 자끄 데리다와 질 들뢰즈의 ‘주름(fold)’ 개념에서 착안한 것”이라며 “뭔가를 접는 행위는 멀리 떨어진 요소들을 가까이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바우어에게 있어 한국의 입국 관문인 김포국제공항의 사인 디자인은 어떤 인상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완벽하고 국제적 기준을 따랐지만, 한국적인 요소가 부족해 다른 나라와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세계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시대에도 공공디자인은 고유의 특색을 가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용자 편의보다 경제 논리를 우선시하는 한국 현실에서, 사용자 중심의 공공디자인을 제안하는 바우어의 작품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7시까지, 월요일 휴관. 문의전화 02-745-2490.

 

                                                 [다른 작품 더 보기]

 

베른의 ‘환경·교통·에너지자원·커뮤니케이션 연방부’ 건물 |  딱딱한 느낌을 주기 쉬운 행정 건물의 사인 체계에 식물의 이미지를 도입했다. 방문자는 사무실 문 위에 확대, 투사된 특정 사물의 X레이 사진으로 방향을 구분할 수 있다.

 

 

베른의 ‘환경·교통·에너지자원·커뮤니케이션 연방부’ 건물 |  자연 이미지를 도입함으로써 행정 건물의 관료적인 분위기는 완화되고 친근감을 띠게 된다.

 

루에디 바우어는 "접고 펼치는 의자 형식으로 작품을 전시한 것은, 게임처럼 유희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네마떼끄 프랑세즈' 내부의 사인물을 제거하고, 빛과 영상으로 만든 유동적인 이미지로 정보를 전달한다. 영화와 관련된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사인물이다.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시네마떼끄 프랑세즈' 전경을, 제로원디자인센터 전시실에 대형 프린트로 재현했다.

 

 

라 빌레뜨 공원 | 정보의 미장센에서 시설물의 시각적 표현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서는 나무 판자를 활용해 색다른 느낌의 사인물을 만들어냈다.
  

 

 

루에디 바우어의 다채로운 공공디자인을 영상과 설치 작품으로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출처 : 문화예술
글쓴이 : 고경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