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지금이 내 인생 최고'

2006. 2. 10. 09:59유머.기사.ETC

이영애 "격정으로 보낸 20대… 지금이 내인생 최고"


[조선일보]

“연기자가 아닌 다른 인생을 살았어도 저는 행복했을 거예요. 설령 불행하더라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제게도 왜 어렵고 힘든 일이 없겠어요. 힘들고, 힘들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8일(현지시각) 오후 1시. 베를린의 포츠담 광장이 보이는 호텔에서 이영애씨는 단아한 어조로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녀는 두 손을 모은 채 바른 자세로 앉아있었다. 창 밖으로는 비가 어지럽게 흩뿌렸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나이도 너무 만족스러워요. 질풍노도의 시기랄까, 20대의 숱한 실패와 좌절들이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배우 입장에서는 지금이 최고예요. 이제 안정적이고, 생각이 깊고 넓어질 수 있게 됐어요.”

영화 배우로서 그녀는 정점(頂點)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9일 개최된 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것도 그 증거일지 모른다.

―당신에게서 연기(演技)는 타고나는 것인가요.

“타고나는 것은 분명히 있어요. 또 운명(運命)과 행운이 개입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인내와 노력이 없으면 오래 못 가요. 저는 20대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했어요.”

―평소 생각이 많나요?

“생각이 너무 많아 버리려고 해요.”

―어떤 생각을?

“이 직업은 주위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아요. 그래서 일반 사람보다 생각이 많아야 해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남 시선에 신경 쓰고…. 그래서 지름길이 있는데도 생각이 많아 꼬불꼬불 둘러왔던 것이지요.”

―꼭 그렇게 스스로를 제약해야 하나요.

“이 땅의 여배우라는 직업에 주어지는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자신을 제약한다는 게 꼭 나쁜 것은 아니에요. 배우는 시선을 받기 때문에 매력적이지만, 반대로 정말 말도 안 되는 루머의 대상도 되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그녀에게 지금껏 스캔들이 없었는지 모른다. 7일 코스닥 등록기업 뉴보텍이 ‘주식회사 이영애’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해 신문의 사회면 톱기사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전에도 이런 제의가 많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제 허락도 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에는 정말 화가 나요. 그것도 하필이면 베를린 영화제에 가 있는 시점에 맞춰서. 게다가 가족까지 들먹인 것은 참을 수 없어요. 이번만큼은 꼭 법적 대응을 할 겁니다.”

―당신의 기억에 가장 남는 작품은 무엇이지요.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대장금’과 ‘친절한 금자씨’를 꼽지요. 그런데 사실 제가 마음속으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은 달라요. 많이 힘들었는데도 조기 종영되거나 시청률이 나오지 않은 작품이지요. 미운 오리 새끼 같다고나 할까요.”

그녀는 이번 베를린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 모두 19편을 봐야 한다. 하지만 “평소에는 마니아처럼 영화를 많이 보는 쪽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 뒤 화제가 독서로 넘어갔는데, 그녀는 “지적인 이미지로 비치기 위해서든 어떻든 책을 많이 읽는다면 좋은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녀가 요즘 머리맡에 두고 보는 책은 ‘채근담’이라고 했다.

아직 부모와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이 여배우에게 세속의 질문을 해야 할 때가 됐다.

―만인의 연인(戀人)은 한 사람의 연인이 되기가 어렵지요.

“그건 뭐, 본인의 의지에 달린 것이지요. 그러나…, 혼자서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베를린=최보식특파원 [블로그 바로가기 cong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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