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정찬우, 개그맨 - 돌직구인생법
2013. 8. 8. 10:21ㆍart
고민 때문에 잠 못 드는 당신을 위해 '정찬우식 돌직구 인생법'
레이디경향 입력 2013.08.06 10:38힘들 때, 그래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았을 때 진정 힘이 되는 건 언젠가 나아질 거라는 기약 없는 약속보다 말없이 건네는 술 한잔일는지 모른다. 인생이란 늘 그렇듯 모두가 알고 있는 정답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니까. 정찬우가 긴긴 고민 때문에 오늘 밤도 잠 못 드는 이들을 위한 고민 해결에 나섰다. 본인은 '해결'이 아닌 "그저 떠들었을 뿐이다"라고 말하지만, 어쩐지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그는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또 오리라. 하지만 그땐 처음보다 나으리라."
Q 끼는 없지만 죽어라 열심히 하면 연예인이 될 수 있을까요?
Chan Woo's Answer
제발, 그런 꿈, 꾸지 마시라. 열심히 노력하면 되지 않겠냐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천만에!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봐라. 누구든 전교 1등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을 거다. 전교 1등이 되는 방법, 그거 아주 간단하다. 전 과목 100점 맞으면 누구나 1등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던가? 열심히 노력하면 전교 1등, 할 수 있는 거였나? 전교 1등 하는 애들은 공부 잘하는 '끼'를 타고난 거다. 연예인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당신에게 가장 시급한 건 자신을 파악하는 일이다. 연예인이 되려면 크게 세 가지는 있어야 한다. 첫째 빼어난(혹은 개성 넘치는) 외모, 둘째 넘치는 끼, 셋째 부끄러워하지 않는 숫기. 과연 이 세 가지 중에 당신이 가진 게 뭘까? 당신에게 '그래,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면 꿈을 꼭 이룰 수 있어' 이렇게 착하고 아름답기만 한 희망을 전해줄 수 없어 안타깝지만, 나는 당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른바 희망 고문이란 건 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끼'가 없다는 거, 이미 당신이 고백한 사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다른 꿈을 꾸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분야에서 더욱더 반짝일 수 있는 당신의 재능이 아깝지 않은가. 당신에게 있을 그 재능을 먼저 찾으라.
"열심히 노력해라, 희망을 가져라" 하는 말들은 너무 많잖아요
올해로 데뷔 19년 차, '컬투'라는 이름으로 방송과 라디오, 공연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활약하고 있는 정찬우(45)가 얼마 전 「기꺼이 파란만장하시라」라는 책을 펴냈다. 무심코 책을 열었는데 이거, 읽다 보니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부터 처세와 인간관계, 연애와 가족 문제까지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해봤을 고민에 대해 이제껏 살아온 자신의 방식으로 돌직구를 던졌다. 명쾌하고 화끈하게, 직설적이지만 애정을 담아서.
비 오는 토요일, 강남역 오후 6시.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인파들 사이로 정찬우와 마주 앉았다.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사전 질문지를 준비해야 하나 싶었는데 요청이 없으시더라고요. 보통 인터뷰 전에 미리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죠.
인터뷰라는 것이 기자와 대화하며 솔직한 제 생각을 말하는 것인데, 나에게 뭘 물어볼지 미리 질문을 받아보고 답하는 건 가식적이잖아요. 책을 내고 요즘 강연을 몇 번 다녔는데, 그 자리에서도 즉흥적으로 질문을 받고 답을 해줘요. 뭐든지 대답할 준비가 돼 있어요. 편안하게 물어봐주세요.
그동안 인생이나 사업 이야기에 관한 출판 제의를 많이 받으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모두 고사하고 고민 상담서를 쓰시게 된 이유는 뭔가요?
사실 제가 인생을 책에 담을 만큼 거창한 인물도 아니고 사업에 대해 떠들 만큼 대단한 사업가도 아니에요. 그래서 책을 쓴다는 게 과한 일이다 싶었어요.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고요. 그런데 사람들의 고민에 내 생각을 보태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땐 좀 떠들어볼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이 나이쯤 돼보니 제법 쌓인 경험과 생각이 있으니까.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그동안 방송이나 공연장에서 시간 관계상 못다 한 생각들을 담아볼 수 있겠다는 기대도 생겼고요. 내 경험만큼만, 생각만큼만 떠들어보자 해서 쓰게 된 거예요.
책을 읽어본 1인으로서 이야기하자면 일단, 재밌어요. 끼는 없지만 성실함이 무기라는 여대생이 연예인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 바닥에선 무당의 끼 같은 게 있어야 한다"라고 냉정하게 조언하신 것도 그렇고, 판에 박히지 않은 현실적인 조언이라 좋았어요.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꿈과 희망을 가져라', '열심히 노력하면 이루어진다'…. 좋은 말을 담은 책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요. 좋은 말만 아름답게 쓰여 있어서 저는 가슴에 와 닿지 않더라고요. 왠지 그대로 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요. 저는 돌직구예요. 제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깨지고 실패하며 얻은 것들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어요. '내 생각은 이래, 받아들일 수 있으면 받아들이고 욕할 부분은 욕해' 이런 마인드랄까?(웃음) 아마 너무 직언이다 싶은 부분도 있을 거예요.
원래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인가요?
후배들이나 주위에서 고민 상담을 많이 요청해오는 편이에요. 나한테서 뭔가 답이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나 봐요(웃음). 대부분 결론은 "알아서 해 인마!"로 끝나는데, 해줄 수 있는 만큼 제 생각을 최대한 이야기해주려고 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더라고요. 물론 1년 3백65일 고민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힘들어요. 무언가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하면서 고민을 해야지, 아무것도 안 하고 똑같은 고민만 반복하면 평생 그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일단 뭐라도 해야 돼요.
'안녕하세요'와 '컬투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만나온 것이 보탬이 됐을 듯해요. 방송을 통해 쌓은 내공도 고민 상담에 한몫했을까요?
방송의 내공이라기보다 결국은 살아온 인생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45년을 살아오면서 겪어온 것들, 방송, 사업, 사람, 실패와 성공, 결혼과 육아, 그런 경험치들을 목젖으로 뱉어내는 거죠. 아마 어느 정도 인생을 사신 분들은 저보다 더 많은 삶의 지혜를 품고 계실 거예요. 다만 제가 말을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잘 포장하는 것뿐이에요. 잘 포장한다는 게 좀 돌직구이긴 하지만요(웃음).
Q 첫 사업 쫄딱 망했지만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Chan Woo's Answer
당신, 멋진 사업가를 꿈꾸고 있는가? 그렇다면 잘 망했다. 크게 사업할 사람은 실패 경험도 있어야 하는 거다. 컬투엔터테인먼트 초창기에 내 밑에는 1백20명의 개그맨이 있었다. 어딜 가도 푸대접만 받는 후배 녀석들이 마음에 걸려 시작한 일이었다. 근데 이 녀석들 매일 세끼씩 먹어대는데, 한 달 식대만 어림잡아 1천만원은 나오는 거다. 그때 알았다. 사업이란 게 마음만으로 할 순 없다는 걸. 결국 고민 끝에 회사를 정리했다. 그 녀석들 내보내던 날, 태어나 처음으로 무능한 내가 싫어 눈물이 다 나더라. 근데 분명한 건 그때 그 일도 내 인생에서 큰 자산이 됐다는 거다. 덜렁대던 놈이 신중함도 생기고, 그 후론 어떤 사업을 하든 그 방면의 전문가에게 꼭 물어보게 되더라, 이거다. 파울 쳐본 놈이 홈런도 친다고 사업도 망해본 놈이 성공하는 거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이미 크게 실패도 해본 사람이다. 나는 아직까지 끊임없는 실패 중이다. 지금껏 수많은 사업에 도전해왔지만 크게 성공한 사업이 없다. 그러나 언젠가 그 경험이 나를 크게 세울 거라는 믿음은 있다. 그러니 당신, 좌절하지 마라. 당신의 실패 경험이 당신을 일으켜 세울 테니.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인간적인 리더십을 가진 아이로 키우세요
꽉 막힌 현실에 힘들어 하는 청춘들에게 기꺼이 고생을 감내하라고 말하는 그 역시 파란만장한 20대를 보냈다. 종교와도 같았던 아버지가 느닷없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여섯 살 아이의 모습으로 깨어나자 그는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아버지 병원비를 보태야 했다. 고생스런 군 복무 중에 아버지의 부고를 들었을 땐 '뭐 이렇게 꼬인 인생이 다 있나' 싶었단다. 그땐 그랬다. 그런데 마흔의 어디쯤 와보니 알겠더란다. 그 어려웠던 시간들이 내 삶의 재료가, 웃음의 재료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방송뿐 아니라 사업도 하고 계시잖아요.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치킨, 꽃 배달 사업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 수완을 발휘하고 계신데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요?
제가 20대 때 결심한 것이 있는데 '절대 직장인은 되지 말자'였어요. 너무 판에 박힌 삶이 싫었거든요. 군대 제대하고 스물다섯 살에 길거리 옷장사로 첫 사업을 시작했어요. 티코에 옷을 싣고 손님이 모이겠다 싶은 곳이면 무조건 좌판을 깔았죠.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나중에는 어디가 명당자리인지 알겠더라고요. 여기에 좌판을 깔면 얼마 벌겠다, 그런 감이요.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그런데 왜 사업가가 아니고 개그맨이 됐나요?
좋아하는 건 비즈니스인데 잘하는 건 남 웃기는 거예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건 다르잖아요. 그걸 빨리 깨우친 거죠. 저는 여섯 살 때부터 내가 이 방면에 천재구나, 하고 알았거든요(웃음).
여섯 살 때부터요?(웃음)
제가 여섯 살 때부터 전국 사투리를 다 썼어요. 누구한테 배운 것도 아니고 텔레비전 보고 혼자 알아서. 남진씨 흉내도 내고 그랬는데 그걸 사람들한테 보여주면 막 웃는 거예요. 기분이 엄청 좋았죠. 그래서 알았어요. 아, 내가 이 방면에 끼가 있구나, 하고.
돌이켜보면 제일 아쉬운 게 뭐예요?
공부 안 한 거요. 공부를 진짜 안 했어요. 다시 하기에는 늦은 나이고, 또 이제 와서 공부를 한다는 게 저에게는 무의미한 일이더라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무척 많기도 하고. 공부를 더 했으면 좋은 사업가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남자라면 사업을 한 번 해봐야 한다고 하잖아요. 정찬우씨가 생각하는 비즈니스의 매력은 뭔가요?
내가 가진 생각과 아이디어로 무언가 만들고 이루어낸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를 그 안에 가둘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잖아요. 물론 어디서든 열심히 해서 성장할 수 있겠지만, 이왕이면 남자로 태어나서 쟁취도 해보고 실패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뿐만 아니라 그런 경험에서 얻는 것들이 참 많아요. 저는 아들한테도 어렸을 때부터 사업하라고 얘기했어요. 단 너무 큰 회사는 말고 본인의 능력에 맞는 범위 내에서 조용히 하는 알짜배기 사업(웃음).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는 편이가요?
가끔 애들 시험 기간에 "공부 좀 해야지?" 하고 인사말 차원에서 한두 마디 하기는 하는데 공부하라는 말은 거의 안 해요. 저는 공부보다 인간관계와 리더십을 강조하는 편이에요. 아들이 중2인데 제가 아들한테 자주 하는 말이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대신 공부 잘하는 친구들도 이끌 줄 아는 리더십을 가져라"예요. 친구들에게 7천원이 있고, 너에게 1만원이 있다면 네가 써라, 받는 것보다 주는 사람이 돼라, 이런 말들이요. 그런 게 아들한테 다 득이 된다고 생각해요.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마음도 더 넓어지고 자신감도 생기거든요. 작은 거라도 베풀면 그게 다 그 사람들한테서 인심도 얻고 마음도 얻는 거예요. 전 그런 게 공부 잘하는 것보다 인생에 백 배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열심히 살아왔는데, 인생이 참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Chan Woo's Answer
그럴 때가 있더라. 나도 요즘 애써왔던 일이 뜻대로 안 풀리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뭐 하고 사는 건가, 이런 생각. 인생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근데 이상하게 잘 살아오지 못한 느낌….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얼마 전에 어머니를 찾아간 적이 있다. 가서 뜬금없이 물었더랬다.
"엄마, 사는 게 뭐예요?"
평소엔 이런 얘길 물어보거나 하지 않는데, 그땐 그렇게 묻고 싶더라. 근데 별 기대 없이 물어본 말에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그건 사람마다 입장이 다 다르니 내가 말을 할 수가 없다."
그 말이 참 박히더라. 네가 지금 무슨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너랑 나랑 입장이 달라서 얘기해줄 수가 없다는 말. 세상엔 답이 있는 게 아니라는 말. 결국은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라는 말. 그러면서 어머니가 그러시더라.
"찬우야, 세상을 너무 많이 보지 마라. 세상을 많이 보면 욕심이 생겨. 내가 만날 집에만 있잖아. 어디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으니까, 보는 게 없어서 그런지 욕심도 없다. 이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해."
이 말, 참 멋있는 말 아닌가? '세상을 너무 많이 보지 마라.' 이런 말씀을 해주실 수 있는 어머니가 진짜 존경스럽더라. 너무 욕심 부리지 말라는 그 얘길 우리 어머니가 무척 멋지게 해주신 거지.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풀렸다. 내 문제는 여전히 똑같은 상태로 있지만, 마음이 풀리니까 그게 괜찮아지더라고. 하여 당신에게도 우리 어머니의 말씀을 권해본다. '세상을 너무 많이 보지 마라.' 좀 도움이 되는가?
대한민국 연예인 중에 100등 안에 들었으면 성공한 거죠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이 남자, 꽤 진지하고 의외로 섬세하다. 생각보다 정찬우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질문이든 망설이거나 꾸밈없이 즉문즉답. 그런데 이상하다. 돌려 말하지 않고 그대로 꽂히는 돌직구가 아프지 않다. 오히려 유쾌하고 속이 풀린다. 힐링이나 독설과는 또 다른 정찬우식 해법이다.
인생에서 가장 쓴 실패는 언제였나요?
제가 워낙 크고 작은 실패를 많이 해서(웃음). 제일 힘들었던 때는 10년 전쯤? 그때 대학로에서 '컬트 삼총사'로 한창 공연이 잘되면서 공연장 옆 건물을 샀어요. 공연 보러 오는 분들만 잡아도 되겠다 싶은 마음에 건물 한 층엔 레스토랑, 한 층엔 바를 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였어요. 대학로는 주로 학생들이 많은데 퓨전 레스토랑 가격대가 꽤 높았거든요. 무작정 사람 많으면 되겠지, 연예인이니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거예요. 3, 4년 정도 버티다가 결국 정리했어요. 그때 정말 힘들었는데 배운 게 많았죠. 그 이후로 무슨 일을 하든지 직접 나서서 꼼꼼하게 연구해요.
그 후에는 좀 나아지던가요?
그럼에도 또 실수했죠. 사람이니까. 그래도 사람에 대한 실수만큼 힘든 게 없어요. 저는 사람을 한번 믿으면 완전히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믿었던 사람한테 신뢰가 깨지며 상처받았던 적도 많아요. 사람까지 겪고 나니까 그땐 좀 알겠더라고요. 세상일이 참 쉬운 게 아니라는 걸요. 이제는 나이도 먹고 연륜도 쌓이다 보니 실패할 확률이 많이 떨어졌죠.
40대 중반이시잖아요. '이 나이 돼보니'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지던가요?
굉장히 달라졌을 것 같죠? 근데 달라진 게 별로 없어요(웃음). 제가 스물아홉 살 때 서른이 되는 게 정말 싫어서 3개월 동안 술을 마셨거든요. 서른이라니, 젊음이 끝나는 줄 알았죠.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른이 되고 보니, 재밌어요. 마흔은 어휴, 더 막막했죠. 근데 그 나이 되고 보니 또 재미가 있더라고요. 쉰 된 형한테 물어보면 그때도 좋대요. 결국 사람은 바뀌지 않아요. 즐거운 일이 있으면 웃고 슬프면 울고, 다만 어릴 때 몰랐던 걸 조금씩 더 알아갈 뿐이에요.
그땐 몰랐는데 나이 들고 안 것 하나만 꼽자면?
제가 개그맨으로 활동하며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할 무렵, 그때가 20대 초반이었는데 어느 날 부턴가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사인을 요청해오는 거예요. 사진도 찍자고 하고. 인기를 실감하기 시작한 거죠. 동시에 거만해지더라고요.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그게 다인 줄 알았어요. 내가 잘해서, 내가 잘나서라고 생각한 거죠. 지금은 나 혼자 잘나서 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무척이나 크고 고마운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거, 그걸 알게 되더라고요.
방송과 사업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고 가정도 평안하니, 이만하면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하나요?
그럼요. 제가 가진 소양에 비해 참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저에게 보내주는 사랑이 끊긴다고 해도 저는 이미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 연예인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중에서 MC 하는 사람, 라디오 하는 사람이 몇 사람 될까요? 대한민국 연예인들 중 100등 안에는 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만하면 무척이나 성공한 거죠.
100등이라니, 겸손한 등수 아닌가요?(웃음) 이렇게 많은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계신데, 정찬우씨의 현재 고민은 무엇인가요?
매일 생각이 많기는 해요. 방송 고민, 자식 고민, 사업 고민. 잘될까? 안 되면 어떡하지? 머릿속이 복잡하긴 한데 그걸 고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생각 자체도 길게 하지 않고요.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빨리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저의 고민 해결법이에요.
긴긴 여름밤, 고민 때문에 잠 못 드는 수많은 이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말씀해주시자면?
사실 제가 40대 중반이 되면서 아노미가 왔어요. 나이는 들었지, 몸은 힘들지, 과연 내가 지금까지 이룬 게 뭘까? 또 앞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우울해지더라고요. 아마 제 또래 남편분들도 이런 생각을 많이 하실 거예요. 그때 귀에 날아와 박힌 말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어요. 정말 지나고 나니까 맘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리고 또 하나 생각난 게 '또 오리라'예요. 이런저런 힘든 일들, 아마 죽을 때까지 올 거예요.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니까요. 단, 또 왔을 때 그때보단 좀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긍정적인 마인드를 기본 베이스로. 인생은요, 긍정적인 마인드가 없으면 재미없어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제공 / 청림출판 ■참고 서적 /「기꺼이 파란만장하시라」(정찬우 저,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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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 Woo's Answer
제발, 그런 꿈, 꾸지 마시라. 열심히 노력하면 되지 않겠냐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천만에!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봐라. 누구든 전교 1등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을 거다. 전교 1등이 되는 방법, 그거 아주 간단하다. 전 과목 100점 맞으면 누구나 1등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던가? 열심히 노력하면 전교 1등, 할 수 있는 거였나? 전교 1등 하는 애들은 공부 잘하는 '끼'를 타고난 거다. 연예인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당신에게 가장 시급한 건 자신을 파악하는 일이다. 연예인이 되려면 크게 세 가지는 있어야 한다. 첫째 빼어난(혹은 개성 넘치는) 외모, 둘째 넘치는 끼, 셋째 부끄러워하지 않는 숫기. 과연 이 세 가지 중에 당신이 가진 게 뭘까? 당신에게 '그래,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면 꿈을 꼭 이룰 수 있어' 이렇게 착하고 아름답기만 한 희망을 전해줄 수 없어 안타깝지만, 나는 당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른바 희망 고문이란 건 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끼'가 없다는 거, 이미 당신이 고백한 사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다른 꿈을 꾸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분야에서 더욱더 반짝일 수 있는 당신의 재능이 아깝지 않은가. 당신에게 있을 그 재능을 먼저 찾으라.
"열심히 노력해라, 희망을 가져라" 하는 말들은 너무 많잖아요
올해로 데뷔 19년 차, '컬투'라는 이름으로 방송과 라디오, 공연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활약하고 있는 정찬우(45)가 얼마 전 「기꺼이 파란만장하시라」라는 책을 펴냈다. 무심코 책을 열었는데 이거, 읽다 보니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부터 처세와 인간관계, 연애와 가족 문제까지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해봤을 고민에 대해 이제껏 살아온 자신의 방식으로 돌직구를 던졌다. 명쾌하고 화끈하게, 직설적이지만 애정을 담아서.
비 오는 토요일, 강남역 오후 6시.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인파들 사이로 정찬우와 마주 앉았다.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사전 질문지를 준비해야 하나 싶었는데 요청이 없으시더라고요. 보통 인터뷰 전에 미리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죠.
인터뷰라는 것이 기자와 대화하며 솔직한 제 생각을 말하는 것인데, 나에게 뭘 물어볼지 미리 질문을 받아보고 답하는 건 가식적이잖아요. 책을 내고 요즘 강연을 몇 번 다녔는데, 그 자리에서도 즉흥적으로 질문을 받고 답을 해줘요. 뭐든지 대답할 준비가 돼 있어요. 편안하게 물어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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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인생을 책에 담을 만큼 거창한 인물도 아니고 사업에 대해 떠들 만큼 대단한 사업가도 아니에요. 그래서 책을 쓴다는 게 과한 일이다 싶었어요.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고요. 그런데 사람들의 고민에 내 생각을 보태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땐 좀 떠들어볼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이 나이쯤 돼보니 제법 쌓인 경험과 생각이 있으니까.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그동안 방송이나 공연장에서 시간 관계상 못다 한 생각들을 담아볼 수 있겠다는 기대도 생겼고요. 내 경험만큼만, 생각만큼만 떠들어보자 해서 쓰게 된 거예요.
책을 읽어본 1인으로서 이야기하자면 일단, 재밌어요. 끼는 없지만 성실함이 무기라는 여대생이 연예인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 바닥에선 무당의 끼 같은 게 있어야 한다"라고 냉정하게 조언하신 것도 그렇고, 판에 박히지 않은 현실적인 조언이라 좋았어요.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꿈과 희망을 가져라', '열심히 노력하면 이루어진다'…. 좋은 말을 담은 책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요. 좋은 말만 아름답게 쓰여 있어서 저는 가슴에 와 닿지 않더라고요. 왠지 그대로 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요. 저는 돌직구예요. 제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깨지고 실패하며 얻은 것들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어요. '내 생각은 이래, 받아들일 수 있으면 받아들이고 욕할 부분은 욕해' 이런 마인드랄까?(웃음) 아마 너무 직언이다 싶은 부분도 있을 거예요.
원래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편인가요?
후배들이나 주위에서 고민 상담을 많이 요청해오는 편이에요. 나한테서 뭔가 답이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나 봐요(웃음). 대부분 결론은 "알아서 해 인마!"로 끝나는데, 해줄 수 있는 만큼 제 생각을 최대한 이야기해주려고 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더라고요. 물론 1년 3백65일 고민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힘들어요. 무언가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하면서 고민을 해야지, 아무것도 안 하고 똑같은 고민만 반복하면 평생 그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일단 뭐라도 해야 돼요.
'안녕하세요'와 '컬투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만나온 것이 보탬이 됐을 듯해요. 방송을 통해 쌓은 내공도 고민 상담에 한몫했을까요?
방송의 내공이라기보다 결국은 살아온 인생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45년을 살아오면서 겪어온 것들, 방송, 사업, 사람, 실패와 성공, 결혼과 육아, 그런 경험치들을 목젖으로 뱉어내는 거죠. 아마 어느 정도 인생을 사신 분들은 저보다 더 많은 삶의 지혜를 품고 계실 거예요. 다만 제가 말을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잘 포장하는 것뿐이에요. 잘 포장한다는 게 좀 돌직구이긴 하지만요(웃음).
Q 첫 사업 쫄딱 망했지만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Chan Woo's Answer
당신, 멋진 사업가를 꿈꾸고 있는가? 그렇다면 잘 망했다. 크게 사업할 사람은 실패 경험도 있어야 하는 거다. 컬투엔터테인먼트 초창기에 내 밑에는 1백20명의 개그맨이 있었다. 어딜 가도 푸대접만 받는 후배 녀석들이 마음에 걸려 시작한 일이었다. 근데 이 녀석들 매일 세끼씩 먹어대는데, 한 달 식대만 어림잡아 1천만원은 나오는 거다. 그때 알았다. 사업이란 게 마음만으로 할 순 없다는 걸. 결국 고민 끝에 회사를 정리했다. 그 녀석들 내보내던 날, 태어나 처음으로 무능한 내가 싫어 눈물이 다 나더라. 근데 분명한 건 그때 그 일도 내 인생에서 큰 자산이 됐다는 거다. 덜렁대던 놈이 신중함도 생기고, 그 후론 어떤 사업을 하든 그 방면의 전문가에게 꼭 물어보게 되더라, 이거다. 파울 쳐본 놈이 홈런도 친다고 사업도 망해본 놈이 성공하는 거다.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이미 크게 실패도 해본 사람이다. 나는 아직까지 끊임없는 실패 중이다. 지금껏 수많은 사업에 도전해왔지만 크게 성공한 사업이 없다. 그러나 언젠가 그 경험이 나를 크게 세울 거라는 믿음은 있다. 그러니 당신, 좌절하지 마라. 당신의 실패 경험이 당신을 일으켜 세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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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현실에 힘들어 하는 청춘들에게 기꺼이 고생을 감내하라고 말하는 그 역시 파란만장한 20대를 보냈다. 종교와도 같았던 아버지가 느닷없이 교통사고를 당한 후 여섯 살 아이의 모습으로 깨어나자 그는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아버지 병원비를 보태야 했다. 고생스런 군 복무 중에 아버지의 부고를 들었을 땐 '뭐 이렇게 꼬인 인생이 다 있나' 싶었단다. 그땐 그랬다. 그런데 마흔의 어디쯤 와보니 알겠더란다. 그 어려웠던 시간들이 내 삶의 재료가, 웃음의 재료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방송뿐 아니라 사업도 하고 계시잖아요.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치킨, 꽃 배달 사업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 수완을 발휘하고 계신데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요?
제가 20대 때 결심한 것이 있는데 '절대 직장인은 되지 말자'였어요. 너무 판에 박힌 삶이 싫었거든요. 군대 제대하고 스물다섯 살에 길거리 옷장사로 첫 사업을 시작했어요. 티코에 옷을 싣고 손님이 모이겠다 싶은 곳이면 무조건 좌판을 깔았죠.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나중에는 어디가 명당자리인지 알겠더라고요. 여기에 좌판을 깔면 얼마 벌겠다, 그런 감이요.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그런데 왜 사업가가 아니고 개그맨이 됐나요?
좋아하는 건 비즈니스인데 잘하는 건 남 웃기는 거예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건 다르잖아요. 그걸 빨리 깨우친 거죠. 저는 여섯 살 때부터 내가 이 방면에 천재구나, 하고 알았거든요(웃음).
여섯 살 때부터요?(웃음)
제가 여섯 살 때부터 전국 사투리를 다 썼어요. 누구한테 배운 것도 아니고 텔레비전 보고 혼자 알아서. 남진씨 흉내도 내고 그랬는데 그걸 사람들한테 보여주면 막 웃는 거예요. 기분이 엄청 좋았죠. 그래서 알았어요. 아, 내가 이 방면에 끼가 있구나, 하고.
돌이켜보면 제일 아쉬운 게 뭐예요?
공부 안 한 거요. 공부를 진짜 안 했어요. 다시 하기에는 늦은 나이고, 또 이제 와서 공부를 한다는 게 저에게는 무의미한 일이더라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무척 많기도 하고. 공부를 더 했으면 좋은 사업가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남자라면 사업을 한 번 해봐야 한다고 하잖아요. 정찬우씨가 생각하는 비즈니스의 매력은 뭔가요?
내가 가진 생각과 아이디어로 무언가 만들고 이루어낸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를 그 안에 가둘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잖아요. 물론 어디서든 열심히 해서 성장할 수 있겠지만, 이왕이면 남자로 태어나서 쟁취도 해보고 실패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뿐만 아니라 그런 경험에서 얻는 것들이 참 많아요. 저는 아들한테도 어렸을 때부터 사업하라고 얘기했어요. 단 너무 큰 회사는 말고 본인의 능력에 맞는 범위 내에서 조용히 하는 알짜배기 사업(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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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애들 시험 기간에 "공부 좀 해야지?" 하고 인사말 차원에서 한두 마디 하기는 하는데 공부하라는 말은 거의 안 해요. 저는 공부보다 인간관계와 리더십을 강조하는 편이에요. 아들이 중2인데 제가 아들한테 자주 하는 말이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대신 공부 잘하는 친구들도 이끌 줄 아는 리더십을 가져라"예요. 친구들에게 7천원이 있고, 너에게 1만원이 있다면 네가 써라, 받는 것보다 주는 사람이 돼라, 이런 말들이요. 그런 게 아들한테 다 득이 된다고 생각해요.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마음도 더 넓어지고 자신감도 생기거든요. 작은 거라도 베풀면 그게 다 그 사람들한테서 인심도 얻고 마음도 얻는 거예요. 전 그런 게 공부 잘하는 것보다 인생에 백 배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열심히 살아왔는데, 인생이 참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Chan Woo's Answer
그럴 때가 있더라. 나도 요즘 애써왔던 일이 뜻대로 안 풀리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뭐 하고 사는 건가, 이런 생각. 인생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근데 이상하게 잘 살아오지 못한 느낌….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얼마 전에 어머니를 찾아간 적이 있다. 가서 뜬금없이 물었더랬다.
"엄마, 사는 게 뭐예요?"
평소엔 이런 얘길 물어보거나 하지 않는데, 그땐 그렇게 묻고 싶더라. 근데 별 기대 없이 물어본 말에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그건 사람마다 입장이 다 다르니 내가 말을 할 수가 없다."
그 말이 참 박히더라. 네가 지금 무슨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너랑 나랑 입장이 달라서 얘기해줄 수가 없다는 말. 세상엔 답이 있는 게 아니라는 말. 결국은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라는 말. 그러면서 어머니가 그러시더라.
"찬우야, 세상을 너무 많이 보지 마라. 세상을 많이 보면 욕심이 생겨. 내가 만날 집에만 있잖아. 어디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으니까, 보는 게 없어서 그런지 욕심도 없다. 이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해."
이 말, 참 멋있는 말 아닌가? '세상을 너무 많이 보지 마라.' 이런 말씀을 해주실 수 있는 어머니가 진짜 존경스럽더라. 너무 욕심 부리지 말라는 그 얘길 우리 어머니가 무척 멋지게 해주신 거지.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풀렸다. 내 문제는 여전히 똑같은 상태로 있지만, 마음이 풀리니까 그게 괜찮아지더라고. 하여 당신에게도 우리 어머니의 말씀을 권해본다. '세상을 너무 많이 보지 마라.' 좀 도움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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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이 남자, 꽤 진지하고 의외로 섬세하다. 생각보다 정찬우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질문이든 망설이거나 꾸밈없이 즉문즉답. 그런데 이상하다. 돌려 말하지 않고 그대로 꽂히는 돌직구가 아프지 않다. 오히려 유쾌하고 속이 풀린다. 힐링이나 독설과는 또 다른 정찬우식 해법이다.
인생에서 가장 쓴 실패는 언제였나요?
제가 워낙 크고 작은 실패를 많이 해서(웃음). 제일 힘들었던 때는 10년 전쯤? 그때 대학로에서 '컬트 삼총사'로 한창 공연이 잘되면서 공연장 옆 건물을 샀어요. 공연 보러 오는 분들만 잡아도 되겠다 싶은 마음에 건물 한 층엔 레스토랑, 한 층엔 바를 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였어요. 대학로는 주로 학생들이 많은데 퓨전 레스토랑 가격대가 꽤 높았거든요. 무작정 사람 많으면 되겠지, 연예인이니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제대로 뒷통수를 맞은 거예요. 3, 4년 정도 버티다가 결국 정리했어요. 그때 정말 힘들었는데 배운 게 많았죠. 그 이후로 무슨 일을 하든지 직접 나서서 꼼꼼하게 연구해요.
그 후에는 좀 나아지던가요?
그럼에도 또 실수했죠. 사람이니까. 그래도 사람에 대한 실수만큼 힘든 게 없어요. 저는 사람을 한번 믿으면 완전히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믿었던 사람한테 신뢰가 깨지며 상처받았던 적도 많아요. 사람까지 겪고 나니까 그땐 좀 알겠더라고요. 세상일이 참 쉬운 게 아니라는 걸요. 이제는 나이도 먹고 연륜도 쌓이다 보니 실패할 확률이 많이 떨어졌죠.
40대 중반이시잖아요. '이 나이 돼보니'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지던가요?
굉장히 달라졌을 것 같죠? 근데 달라진 게 별로 없어요(웃음). 제가 스물아홉 살 때 서른이 되는 게 정말 싫어서 3개월 동안 술을 마셨거든요. 서른이라니, 젊음이 끝나는 줄 알았죠.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른이 되고 보니, 재밌어요. 마흔은 어휴, 더 막막했죠. 근데 그 나이 되고 보니 또 재미가 있더라고요. 쉰 된 형한테 물어보면 그때도 좋대요. 결국 사람은 바뀌지 않아요. 즐거운 일이 있으면 웃고 슬프면 울고, 다만 어릴 때 몰랐던 걸 조금씩 더 알아갈 뿐이에요.
그땐 몰랐는데 나이 들고 안 것 하나만 꼽자면?
제가 개그맨으로 활동하며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할 무렵, 그때가 20대 초반이었는데 어느 날 부턴가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사인을 요청해오는 거예요. 사진도 찍자고 하고. 인기를 실감하기 시작한 거죠. 동시에 거만해지더라고요.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그게 다인 줄 알았어요. 내가 잘해서, 내가 잘나서라고 생각한 거죠. 지금은 나 혼자 잘나서 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무척이나 크고 고마운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거, 그걸 알게 되더라고요.
방송과 사업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고 가정도 평안하니, 이만하면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하나요?
그럼요. 제가 가진 소양에 비해 참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저에게 보내주는 사랑이 끊긴다고 해도 저는 이미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 연예인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중에서 MC 하는 사람, 라디오 하는 사람이 몇 사람 될까요? 대한민국 연예인들 중 100등 안에는 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만하면 무척이나 성공한 거죠.
100등이라니, 겸손한 등수 아닌가요?(웃음) 이렇게 많은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계신데, 정찬우씨의 현재 고민은 무엇인가요?
매일 생각이 많기는 해요. 방송 고민, 자식 고민, 사업 고민. 잘될까? 안 되면 어떡하지? 머릿속이 복잡하긴 한데 그걸 고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생각 자체도 길게 하지 않고요.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빨리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저의 고민 해결법이에요.
긴긴 여름밤, 고민 때문에 잠 못 드는 수많은 이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말씀해주시자면?
사실 제가 40대 중반이 되면서 아노미가 왔어요. 나이는 들었지, 몸은 힘들지, 과연 내가 지금까지 이룬 게 뭘까? 또 앞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우울해지더라고요. 아마 제 또래 남편분들도 이런 생각을 많이 하실 거예요. 그때 귀에 날아와 박힌 말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어요. 정말 지나고 나니까 맘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리고 또 하나 생각난 게 '또 오리라'예요. 이런저런 힘든 일들, 아마 죽을 때까지 올 거예요.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니까요. 단, 또 왔을 때 그때보단 좀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긍정적인 마인드를 기본 베이스로. 인생은요, 긍정적인 마인드가 없으면 재미없어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제공 / 청림출판 ■참고 서적 /「기꺼이 파란만장하시라」(정찬우 저,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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